‘염’과 ‘암’ 한끗 차이…“간암, 조기진단·스트레스 관리 핵심”

입력 2024-0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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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영 대한간암학회장 “간은 회복의 장기” [간암의 날, 희망 더하기]

▲최종영 대한간암학회장이 1월24일 서울성모병원 진료실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간암 예방 및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식도염, 위염, 맹장염까지, 이름에 ‘염(炎)’이 붙는 질병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일쑤다. 하지만 ‘간염’은 다르다. B형과 C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만성 간염을 거쳐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서다. 국가예방접종과 건강검진 활성화로 간염바이러스 퇴치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 간암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은 37%로 낮다.

최종영 대한간암학회 회장은 “간암에 걸리면 희망이 없다는 말은 오랜 옛날이야기”라며 “고령의 환자도 간 이식을 진행하고, 진행이 많이 된 환자도 다양한 약과 수술을 활용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간은 ‘침묵의 장기’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회복의 장기’라는 별명이 붙어야 한다”라며 환자들을 격려했다.

“국내 치료 환경 탄탄해, 환자 의지 무엇보다 중요”

매년 2월 2일은 대한간암학회가 간암의 위험성과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7년 제정한 ‘간암의 날’이다. 본지는 간암의 날 앞두고 최종영 회장(가톨릭대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간암 예방 수칙과 치료 환경을 함께 살펴봤다. 지난해 7월 학회장에 취임한 그는 간암 환자 진료와 간이식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1일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간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9.3%로 전체 암 상대 생존율 72.1%의 절반 수준이다. 대장암(74.3%)과 위암(77.9%)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이는 간암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탓이다. 몸에 이상이 느껴져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이미 전이가 발생했거나, 암 크기가 커진 상태인 경우가 흔하다.

최 회장은 “간암의 고위험군은 평소 건강에 이상이 없어도 규칙적인 검진과 생활 습관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B형이나 C형 간염 보균자는 특히 간 경변 등으로 질환이 악화하지 않도록 치료제를 복용하고 금주와 운동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가 없어도 자가면역질환에 의해 간염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국가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여성보다 남성에서, 연령대는 40대 이상에서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했다.

간은 일명 ‘침묵의 장기’로 불려 환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간은 훼손이 심해 절반 이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도 신체에 별다른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업무 환경에 놓인 사림이나, 음주가 잦은 사람은 일상적으로 과한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간의 이상을 예민하게 감지하기 어렵다.

반면 최 회장은 침묵의 장기이지만 간은 우직하고 기특한 면도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간에 염증이 생기거나 훼손돼 70%가 망가져도 환자는 눈치채지 못하는 케이스도 있다”라며 “이는 바꿔 말하면 간의 30%만 건강하게 유지될 시 치료의 희망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 수술에서 간의 70%를 환자에게 떼어준 공여자도 무사히 건강하게 퇴원한다”라며 “남은 30%의 간이 다시 커져 약 2개월이면 이식 전 크기와 기능을 회복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최종영 대한간암학회장이 1월24일 서울성모병원 진료실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간암 예방 및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50대 젊은 환자 많아 안타까워…주기적 검진 필수”

간암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는 최 회장은 간암의 ‘사회적 여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간암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시기는 40~50대 중년층이다. 이 세대는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간염 백신을 맞지 못해 간염바이러스에 취약하다. 현재 직장에서 상위 직급에 있으며, 일생 중 소득이 가장 높고 배우자는 물론 학령기 자녀를 부양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연령대다.

최 회장은 “위장암, 대장암 등이 가장 많이 진단되는 연령은 60~70대인 반면, 간암은 그보다 진단 연령이 낮아 사회적 비용이 더욱 무겁다”라며 “특히 B형간염 백신이 보급되지 않았던 1980년대 국내 B형간염 양성률이 8%에 달했는데, 그 시기를 지나온 분들이 현재 40~50대 접어들었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따르면 간암 발생의 약 58%는 B형간염 바이러스, 약 10%는 C형간염 바이러스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예방책으로 주기적인 건강검진과 생활습관 관리가 꼽힌다. 현재 국가 암검진사업은 40세 이상 남녀 간암 발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6개월마다 간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를 실시한다.

최 회장은 “50대의 과장, 차장 직급으로 일을 하며 과음이 잦고 업무도 바빠 건강검진을 제때 받지 않는 사람들이 진료실을 찾아오면 안타깝다”라며 “금주와 스트레스 관리를 당부하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과 스트레스를 피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과음이 잦고,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직장이나 직업을 바꾸는 과감한 선택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최 회장은 “금융업에 종사했던 환자가 치료 후 전문 학원 강사로 직업을 바꾸면서 삶의 질을 유지하게 된 사례가 있었다”라고 소개하며 “예민한 상태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나만의 방법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내 치료 환경이 탄탄한 만큼, 환자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간이식 3년 생존율은 뇌사자 이식이 69.77%, 생체 이식이 80.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의학계에선 ‘다학제 진료’도 활성화하고 있다.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내과, 외과, 병리과 등 다양한 진료과 의료진이 환자 사례를 두고 토의해 최선의 치료 방향을 찾는 방식이다.

특히 최 회장 취임 후 간암학회도 다학제 진료에 대한 다양한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간암은 여러 과가 연합해 진료해야 하는 케이스가 많아 학회 차원에서 온라인 다학제 집담회를 자주 개최한다”라며 “특히 비수도권 지방 소재 병원은 상대적으로 전문가가 부족하고 정보 접근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온라인 소통으로 지역과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의사들이 소견을 나누면서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집담회에서 나눈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의료진들이 연구나 학습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싶다”라고 학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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