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는 이유로 면죄부?”…논란의 ‘소년법’ [이슈크래커]

입력 2024-01-26 16:21수정 2024-01-2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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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등장한 그들. 2024년 새해에도 촉법소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른 만 10~14세 아동을 일컫습니다. 이들은 소년법상 형사책임능력이 없는 형사 미성년자로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데요. 대신 소년법상 소년원 수용 등의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최근 촉법소년의 범죄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전체적인 건수도 증가할 뿐 아니라 강력 범죄까지 늘어나는 상황인데요. 법을 악용해 처벌을 피하려는 사회가 계속해서 늘어나자 어리다는 이유로 형사 처분에 면제되면서 법이 국민의 정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죠.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소년들의 범죄 행위를 여전히 두고만 봐야 하는 것일까요. 법의 실효성과 청소년 인권 보호 등 따져봐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닌 사안인데요. 최근 경복궁 낙서 등 10대들의 범죄가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다시금 ‘촉법소년’ 법 개정 움직임이 다시금 일어나는 모양새죠. 관련 논의가 일고 있는 해외 추세까지 알아봤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난 촉법소년” 배현진 의원 공격한 중학생

서울 강남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습격한 중학생이 범행현장에서 ‘촉법소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 배 의원을 습격해 현장에서 체포된 중학생 A 군을 보호자 입회하에 조사한 뒤 이날 새벽 응급입원 조처했습니다.

배 의원실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과 보좌진 등에 따르면 A 군은 배 의원에게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두 차례 물어 신원을 확인하고는 오른손에 쥔 돌덩이로 배 의원의 머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는데요. 배 의원은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고 범인은 시민들이 말릴 때까지 바닥에 쓰러진 배 의원의 머리를 10여 초간 15차례 내리쳤습니다.

배 의원실에 따르면 이러한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 자신의 나이가 15살이라고 주장하며 ‘촉법소년’임을 언급했는데요. 촉법소년 기준은 만 14세 미만인 만큼 A 군은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촉법소년은 형사 미성년자로 분류돼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책임을 지지 않죠. 이들은 소년법상 만 10~14세 미만인 촉법소년에 해당해 법원 소년부에 송치되면 감호 위탁,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1~10호까지의 보호처분을 받게 됩니다.

문제는 배 의원 습격사건 외에도 촉법소년들의 범죄는 나날이 악랄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20여 대에 소화기 분말을 뿌린 중학생들이 논란이었는데요.

이들은 무려 4차례에 걸쳐 차량 41대에 소화기 분말을 뿌리는 등 횟수가 더해질수록 더욱 과감해졌습니다. 이들은 경찰에서 “장난삼아 재미로 소화기 분말을 뿌렸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이 일기도 했는데요. 범행 당시 주차된 차량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뿌리면서 뛰었고 다른 일행은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을 하면서 범행 장면을 구경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지난달 경복궁 담벼락에 ‘영화공짜’ 등을 비롯해 불법사이트를 홍보하는 낙서 훼손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하철에 대형 낙서를 하고 달아난 용의자들까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범죄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는 것이 과연 정당한 현실적인 대책이냐는 의문 섞인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을)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배 의원실이 공개했다. (사진제공=배현진 의원실)

‘촉법소년’ 법안, 22대 국회에선 통과될까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촉법소년 범죄가 갈수록 늘며 흉포화되고 있다는 여론이 일자 2022년 12월 촉법소년 연령을 기존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촉법소년 사건은 매년 늘고 흉악해지는 반면 연령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년 이상 그대로라는 것인데요.

실제로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촉법소년 사건 접수는 2018년 9051건에서 2022년 1만6836건으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5년 새 86.01% 폭증한 셈인데요. 2022년 경찰청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검거된 촉법소년은 1만6435명으로 전년(1만1677건) 대비 약 40.7%(4758건) 증가했습니다. 만 14세부터 18세 사이 소년범의 강력·폭력범죄도 2021년 3612건에서 2022년 4907건으로 1000건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촉법소년임을 내세워 대담한 범행을 벌이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10대 청소년 6명이 여중생 1명을 집단 폭행하고 속옷만 입힌 채 촬영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중 3명은 촉법소년으로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겨졌는데요. 이들은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분 못 받는다. 협박하지 마세요”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됐고 국회에서 관련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2022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직후부터 이 같은 내용의 법안 발의를 추진해왔는데요. 20대 국회에서만 14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죠. 21대 국회로 넘어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거나 특정 범죄에서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총 9건 발의됐지만 계류된 상태입니다.

해당 법안들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지도 미지수인 상황인데요. 4월 총선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 속 결국 해당 법안들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화기 뿌리는 중학생. ( 연합뉴스)

외국의 경우는? 소년법 개정한 이후 사형 선고한 일본

촉법소년 문제는 해외에서도 꾸준히 제기되는 부분인데요. 소년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고 수법이 흉포화되면서 해외에서도 소년 범죄에 대한 엄벌 여론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태국을 뒤흔든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태국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14살 소년이 총기를 난사해 3명이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사건 이후 체포된 이 소년은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3개월간 정신병원에 구금되어 있었는데 최근 태국 중앙청소년가정법원이 이 14살 총격범의 석방을 결정한 것입니다.

태국 현행법상 15살 미만은 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분 대상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뒤 태국 전역에선 청소년 범죄가 늘고 있는데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이에 태국 경찰 당국은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는 최저 연령을 기존 15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실제로 소년법을 개정한 나라도 있습니다. 일본 법원이 소년법을 개정한 이후 처음으로 미성년자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50대 부부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당시 19살이던 엔도 유키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엔도는 2021년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성에게 고백했지만 거절당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여성의 집에 잠입해 자고 있던 부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그가 철저하게 범행을 준비했고 한치의 자비도 없이 부부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사형을 구형했고요. 재판부도 반성의 태도가 없고, 교화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들어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일본은 미성년자 범죄가 잇따르자 2022년 소년법을 개정했는데요. 18, 19세 청소년을 ‘특정 소년’으로 규정하고 범죄자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는 등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관련 움직임은 영국이나 호주에서도 일었는데요. 영국이나 호주도 총기 범죄와 성폭력 등 사안이 중대하거나 범죄 행위에 악의가 있다고 증명되면 최저 열 살 어린이까지도 성인 법원 송치가 가능하도록 법을 바꿨습니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는 만 13세, 캐나다 만 12세, 영국과 호주는 만 10세 등으로 우리보다 촉법소년 연령이 낮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연합뉴스)

촉법소년 연령 하향? “교화 강화 먼저” 목소리도

물론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처벌을 강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건데요. 실제 책임능력이 갖추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소년까지 형사처분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고, 사회적 낙인 효과로 인한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이유로 연령 하향에 반대하고 있죠. 재범 방지를 위한 교화 체계 내실화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의 쟁점’ 보고서를 통해 “연령 조정을 통한 형사처분의 확대는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적 원인에 대응하는 실효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라고 밝히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는데요.

일각에선 미디어 접근성에 따라 과거보다 청소년의 발달 정도가 높아졌는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25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TV조선 ‘시사쇼 정치다’와의 인터뷰에서 “14~15살은 보통 합리적 판단 능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다. 미성년자가 온라인에서 어떤 정보에 노출됐는지 포털이나 웹사이트에서 어떤 종류의 이념과 사상을 유저들에게 전달했는지를 두루두루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국내의 열악한 보호관찰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선이 현실적인 대책이라며 보호관찰관 제도를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하는데요. 법무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보호관찰을 받는 소년들의 재범률은 12%로 성인 대상자의 2.7배에 달하는데요. 보호관찰관 1명당 125명(2022년 기준)의 소년범을 관리·감독하는데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27.3명의 4배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유엔(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 복귀와 회복의 관점에 반할 뿐 아니라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실효대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소년분류심사원, 소년교도소 등 교정 시설의 확충과 교화 프로그램 개선 등을 추진 등을 한 장관에게 제안한 상황입니다.

촉법소년들의 범죄는 단순한 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입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은 범죄 억제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대응 강화 방안이 실질적인 범죄 예방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시각차가 존재하죠. 소년범죄의 재범률을 낮추려면 이들의 교화를 최우선으로 두지만, 죄질이 악한 범죄는 엄벌에 처한다는 사회적 약속이 지켜져야 하는데요. 청소년기의 특성을 파악해 실질적인 소년 범죄 예방책을 마련하는 다각적인 대안을 충분히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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