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인 2018년, 거대양당 카르텔을 무너뜨리겠다며 국민의당·바른정당이 합당했다. 바른미래당의 탄생 배경이다. 합당 실무를 맡은 한 의원은 "100년 갈 굳건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고, 각 당 수장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하고 새 역사를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 간판은 100년은커녕 2년 후 21대 총선이 치러지기도 전에 내려갔다. 섣부른 합당에 집안싸움만 거듭했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이 눈앞에 왔다. 선거철이 되자 바른미래당처럼 제3지대를 표방하는 신당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거대양당에 짓눌린 정치를 바꾸자는 논리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분명 양당 정치의 폐해도 있을 것이다. 다만 신당 그룹이 한목소리로 총선용 급조정당이 아닌 대안정당을 주장하고, 30석 혹은 50석 등 목표 의석을 공수표처럼 남발한 만큼 진지한 준비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조립식 정당이 아닌 100년 정당이 목표"라더니 최근 개혁신당으로의 흡수합당을 택했다. "100년 갈 이름이라 함부로 버릴 수 없다"던 당명은 창당 2주일차 개혁신당의 슬로건이 됐다. 창당 반년도 안 돼 초대 상임대표·사무총장이 흡수합당에 쓴소리를 뱉으며 탈당한 것은, 한국의희망이 창당 핵심 멤버에게조차 희망을 보이지 못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사실상 같은(반이재명) 이유로 민주당을 떠났지만 개별 창당을 추진해온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도 한 배를 타기로 했다. 예견된 수순이다. 애당초 자생 목적의 창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잠정 당명은 개혁미래당이라고 한다. 또 다른 신당 새로운선택도 홈페이지에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뭉쳤다"고 밝혔지만, 물밑에선 개혁신당과 바로 손잡을지, 새로운미래 아니 개혁미래당과 먼저 연대할지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치 앞 총선을 의식한 창당과 합종연횡은 더이상 생경하지 않다. 당의 근간인 정강정책은 차치하고라도 당 자체를 경쟁하듯 속전속결로 만들고 부수고 합치면서 '개혁', '미래', '100년 정당'을 아무리 외친들 누가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까. 과오를 답습한 결과는 지난 총선에서도 나타났듯 양당 정치 심화다. 스스로의 당선을 넘어 진정 국민의 '새 선택지'가 되고자 한다면, 그 약속의 무게와 책임을 마음에 새기고 총선이 끝나도 정치 개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