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심리 결과, 부동산 리스크 이정표"
ELS 만기 상반기 집중…확정손실률 53%
홍콩 법원이 빚더미에 앉은 중국 부동산기업 ‘헝다’에 청산 명령을 내렸다. 헝다가 청산에 돌입할 경우, 홍콩증시가 받는 하방 압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 규모가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고등법원은 이날 헝다를 청산해 달라는 채권자 청원을 승인했다. 린다 챈 판사는 “실행 가능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진전이 명백히 부족한 점을 고려해 청산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당장 이날 홍콩증시는 큰 영향은 받지 않은 모습이다. 이날 오후 3시 14분 현재 홍콩의 항셍지수는 0.6% 상승한 1만6048.32를 기록하고 있다. 헝다의 청산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오전 거래에서도 항셍은 1%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헝다가 2021년 12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만큼 파산 가능성이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는 헝다의 청산 여부가 중국 부동산 디폴트 사태의 파급력을 좌우할 지점이라고 보고 있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상환 유예 2년 차에 진입하는 디폴트 채권은 1분기와 3분기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심리 결과가 향후 중국 부동산 리스크의 향방을 타진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로 홍콩증시가 중국 부동산 위기 심화의 직격탄을 맞으면 국내 홍콩 ELS 피해액도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개 시중은행 홍콩 ELS 만기 손실액은 지난 26일까지 3121억 원으로 집계됐다. 3년 만기가 찬 5886억 원어치 상품의 평균 확정 손실률은 53%로 나타났다.
홍콩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 원 규모로, 이 중 80%인 15조4000억 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1분기 3조9000억 원, 2분기 6조3000억 원 등으로 상반기에만 10조2000억 원이 몰려있다. 홍콩 ELS는 연초부터 50%가 넘는 만기 손실이 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 상반기 손실만 5조~6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