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던 미분양 주택이 10개월 만에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높은 분양가에 부담을 느껴 선별 청약에 나서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청약 미달과 계약 포기에 따른 미분양 주택 확대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2489가구로 전월보다 7.9%(4564가구)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미분양 주택 수가 6만 가구를 넘어선 것은 4개월 만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의 확대 폭이 두드러졌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전월보다 3033가구(43.3%) 증가한 1만31가구다. 서울, 인천, 경기가 모두 늘었는데 그중에서도 인천이 1972가구 증가했다. 경기는 980가구, 서울은 81가구 늘었다.
지방은 5만2458가구로 1531가구(3%) 증가했다. 대구와 광주, 울산 충북, 충남, 세종 등은 소폭이라도 줄었는데 부산과 대전, 강원, 경북은 미분양 주택이 늘었다. 특히 경북(2003가구, 29.2%)과 부산(463가구, 18.3%)의 증가 규모가 컸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와 청약 열기 냉각, 과잉 공급 우려 등이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 4분기 주택시장이 가라앉는 모습이 나타났는데 12월은 분양 물량이 많았다"며 "미분양이 늘어난 지역은 대체로 지난해 분양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곳이고 특히 인천은 최근 몇 년간 대규모 분양, 입주가 이어지면서 이미 수요가 상당 부분 소화됐다"고 설명했다.
직방 자료를 보면 지난해는 매월 분양 예정 물량의 절반 이하만 공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작년 12월은 예정 물량 1만7458가구(일반 분양 기준)보다 많은 2만1039가구가 분양했다.
문제는 미분양 주택이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함 랩장은 "기존 주택 시장이 살아나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안고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날 텐데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꺼졌고 분양가는 높은 상태"라며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회복될 때까지는 미분양 축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이 지난해 초보다 늘어 10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과 경기, 일부 지방에만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다른 지역은 미분양이 늘어날 수 있고 특히 분양을 계속 미뤄왔던 단지들이 청약에 많이 나설수록 더욱 그럴 것"이라며 "10만 가구를 넘길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미분양 주택은 2022년 상반기 2만 가구 수준에서 그해 하반기 3만 가구를 돌파한 뒤 가파르게 증가했고 지난 해 초 7만5000가구를 넘겼다. 당시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10만 가구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고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대표는 "공사비 상승 요인을 고려하면 높은 분양가를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방의 주택 수요를 살려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려면 전폭적이고 강력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