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개골탈구 수술의 중요성과 수술 시 고려사항
최근 반려동물 전용 보험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보험지급 건수는 위염·장염, 외이도염, 구토 순이었지만 보험지급액 순위를 보면 슬개골탈구 수술로 인한 비용이 약 29억 원 정도로 가장 많았다. 건수 대비로 보면 강아지의 슬개골탈구가 얼마나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인지 짐작할 수 있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반려가정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3~8㎏가량의 소형견이 대부분이며 주로 실내에서 키운다. 강아지가 뛰어 다니다 미끄러지거나 두 발로 서서 애정을 요구할 때 보호자들이 우려하는 질병이 슬개골탈구이다.
슬개골은 무릎관절의 앞에 위치해 관절이 이상각도로 이탈 하는 것을 막아주는 동그란 모양의 뼈다. 슬개골탈구는 이런 슬개골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는 증상을 말한다. 몸 안쪽으로 이탈하는 것을 ‘내측 슬개골 탈구’, 몸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것을 ‘외측 슬개골 탈구’라고 부른다.
슬개골탈구는 미끄러운 바닥 탓에 무릎에 과중한 부하가 걸리거나 두발로 자주 서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무릎 관절에 부담을 주는 외부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종문 양주 24시 해든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슬개골탈구의 대부분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강아지의 소형화를 위한 인위적 교배로 인해 유전적으로 뒷다리의 슬개골 주변 무릎관절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돼 슬개골이 이탈하기 쉽게 됐단 의미다. 이에 따라 포메라니안, 치와와, 보스턴테리어, 미니 푸들, 말티즈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 수컷보다 암컷의 발병률이 1.5배 높다는 논문도 있다.
다리에 힘을 주지 않고 살짝 들고 걷는다거나 아예 다리를 접고 절뚝거린다면 슬개골탈구를 의심할 수 있다. 또한, 걸음걸이의 리듬이 불규칙하거나 강아지를 안았을 때 무릎 주변에서 ‘뚝뚝’ 거리는 느낌이 난다면 슬개골탈구가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의학적으로 슬개골탈구를 진단하는 것은 수의사의 촉진과 신체검사, X레이와 같은 방사선 검사를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확인 할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는 슬개골탈구의 진행 정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한다. 1기는 강한 부하나 외부의 충격이 있을 때 일시적으로 이탈하는 상태로, 곧바로 정상위치에 복귀해 큰 이상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2기는 1기와 유사하지만, 슬개골이 자연적으로 복귀하지 않고 강아지가 다리를 턴다거나 움직여 슬개골을 복귀시킨다.
3기는 슬개골이 상시 이탈하는 상태로 인위적으로 원위치시킬 수 있다. 강아지의 다리가 밖으로 휠 수 있고 관절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4기는 슬개골이 항상 이탈하고 인위적으로 힘을 줘도 원위치로 돌아가지 않는다. 다리를 펴고 접을 때마다 통증을 느끼며 다리가 땅에 닿을 때마다 고통스럽기 때문에 아예 다리를 접고 다니게 된다.
치료는 단계별로 달라진다. 1기 증상은 수술하지 않고 약물처방과 물리치료·운동치료를 병행해 증상을 완화한다. 2기 이상이라면 수술적 치료를 사용한다. 보통 활차구(슬개골이 위치하는 대퇴골의 홈)의 골을 깊게 만들고 힘줄의 위치를 변경해 쉽게 이탈하는 슬개골이 원위치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조 원장은 “구조적인 이상(골기형)으로 인한 슬개골탈구는 일반적인 수술방법으로는 교정할 수 없다”라면서 “골 CT 촬영을 통해 절골을 계획하고, 뼈모양 교정을 함께 해야 정상적인 회복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한쪽 다리에 슬개골탈구가 발생한 강아지는 반대쪽에도 슬개골탈구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수술 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6주에서 8주는 뛰거나 과격한 움직임, 또는 점프 등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이는 봉합된 관절주머니의 안정화 때문이며 이 시기에 안정화 정도에 따라 초기 재발 여부가 결정된다.
조 원장은 “통증 및 슬개골탈구로 인한 근육량 저하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상보행까지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환자에게 맞는 물리치료와 재활운동을 설계해 인대와 근육을 회복시켜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번 슬개골탈구가 진행된 강아지는 퇴행성 관절염이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 적절한 식단조절을 통해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가벼운 산책과 놀이, 운동을 통해 근육 및 인대를 강화하는 것이 좋다. 또한,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을 방문해 검사하고 필요하면 관절 주사나 소염진통제 처방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