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판매량 전분기 比 40% 이상 ↑
D램ㆍ낸드 생산량 조정 기조 지속
삼성전자의 D램 사업이 1년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메모리 감산 효과와 더불어 인공지능(AI) 시장 개화에 따른 수요량이 늘어나면서다. 앞서 SK하이닉스 역시 1년 만에 영업적자를 벗어난 바 있다. 올해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매출액과 영업손실이 각각 21조6900억 원, 2조18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DS부문 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 원에서 2분기 4조3600억 원, 3분기 3조7500억 원 등 점차 감소해오다 4분기 2조 원대로 크게 줄었다.
D램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저전력(LP)DDR5X 등 첨단공정 제품 판매를 대폭 확대했다. HBM 판매량의 경우 AI 시장 확대로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4분기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30% 중반을 기록했다. 평균판매단가(ASP) 역시 두 자릿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는 전분기 대비 재고 수준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며 “올해 1분기 메모리 사업은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메모리 생산량 조정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 정상화 목표와 이를 위한 생산량 조정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며 "D램과 낸드 모두 세부 제품별 재고 수준에는 차이가 있어 미래 수요와 재고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반기 중에도 여전히 선별적 생산 조정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스템LSI 역시 전분기 대비 매출과 손익이 모두 개선됐다. 스마트폰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부품 구매 수요가 증가하고, 엑시노스 2400이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모델에 적용되면서다.
파운드리는 시장 수요 감소 등의 여파로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다만 고성능 컴퓨팅(HPC) 중심으로 판매 비중과 신규 수주가 늘어 연간 기준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패널의 경우 주요 고객사 신제품에 적기 대응하고 하이엔드 제품 비중을 확대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대형은 경기 부진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됐으나 연말 성수기 TV 판매 증가로 적자 폭을 줄였다.
전장 자회사 하만은 성수기 소비자 오디오 제품 판매가 늘어 연간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실적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메모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4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액 11조3055억 원, 영업이익 346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4분기부터 이어져 온 영업적자 상황에서 1년 만에 벗어났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HBM3와 DDR5 등 고성능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5배, 4배 이상 늘었다.
수요가 늘면서 최근 메모리 가격도 상승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은 각각 13~18%, 18~2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역시 3~8% 오르고, 하반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