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폭 증원 예정…간호계 “처우 개선이 먼저”
정부가 의대뿐 아니라 간호대의 정원도 대폭 확대한다. 의료기관에 고질적인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간호계는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증원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4일 간호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현재 2025학년도 간호대학 입학 정원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198개 간호대학 및 간호학과가 운영 중이며, 입학정원은 2023학년도 기준 총 2만3183명이다. 이미 2019년도부터 매년 700명씩 증원해 왔지만, 앞으로는 증가 폭을 더욱 키운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간호대 정원을 확대해 간호사 인력 공급을 늘리고, 업무 강도를 완화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2년 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하지만 간호 인력은 1000명당 8.4명으로 OECD 평균인 9.7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간호 수요는 많지만,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간호사가 병원에서 오래 근무하지 않는 현상도 문제다. 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간호사 면허 취득자는 총 43만 6340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비활동 인력은 10만6396명으로 전체의 27.2%에 달했다. 간호사 면허 소지자 10명 중 3명가량은 '장롱면허'라는 의미다. 3교대 근무, 저임금, 높은 업무 강도 등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간호사들이 임상 현장을 일찍 떠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간호사 증원 및 처우 개선을 골자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간호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간호계와 소통해 왔다. 하지만 종합대책 발표 직후, 같은 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권리 등을 명시한 '간호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부와 간호계는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간호계는 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은 강제력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두고 있다. 간호사 인력 증원, 근무 환경 개선, 간호사 양성 인프라 확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원과 법적 근거 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간호법 폐기 이후 정부가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계획 발표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현재 간호사 면허를 가진 50만여 명 중 절반은 병원을 떠나 유휴 인력으로 남아있다”라며 “간호사 근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간호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병원은 계속 간호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력 증원보다 병원의 근무 환경과 간호대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간호대 정원 확대 규모는 결정된 바 없으며, 간호계의 의견을 듣고 신중히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임강섭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2025학년도부터 적용될 정원 확대 규모는 간호계와 계속 논의 중”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1000명 내외의 규모가 언급되고 있지만, 이는 모두 추측에 불과하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매년 700명씩 증원하고 있었는데, 이보다 많은 인원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4월 중으로 인원을 확정하고, 정원 확대와 함께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