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죄만 물어…벌금 ‘200만→100만 원’ 감액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명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허위로 기재된 이름들이 있다고 해서 이를 사문서 위조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행사죄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국민의힘 당원인 피고인 A 씨는 다른 국민의힘 당원들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2년 2월 국민의힘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돕고자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시민들 서명을 받아, 그 다음 달인 3월 경남 거제시청에서 서명 명부를 공개하며 해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A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 사무실에 ‘특정 후보자 지지 1만인 선언’이라는 제목을 단 서명부를 비치하고 명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허무인 315명의 회사, 이름, 지역이 기재된 21장에 달하는 명부를 임의로 작성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1심은 A 씨에게 공소 제기된 사문서 위조죄 및 위조 사문서행사죄와 공직선거법 위반죄에 각각 벌금 100만 원씩, 총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사문서 위조죄 및 위조 사문서행사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허무인 명의로 작성한 서명부 21장은 형법상 사문서 위조의 객체가 되는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A 씨가 해당 서명부를 이용해 특정 후보자 지지선언을 위한 기자회견 외에 다른 목적의 행사를 계획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는 사실 등이 인정됐는데, 재판부는 당초 목표로 한 서명인 1만 명을 채우지 못하자 계획한 기자회견조차 개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에 2심 법원은 A 씨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죄만 물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허무인 명의로 작성한 서명부 21장은 주된 취지가 특정한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인 지지의사를 집단적 형태로 표현하고자 한 것일 뿐, 실체법 또는 절차법에서 정한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 내지 거래상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