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주요 도심 철도 지하화·비수도권 광역급행열차"
총선 앞 '수십조 예산' 투입 공약 경쟁…포퓰리즘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이 1일 제22대 총선을 겨냥해 '도심철도 지하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날 국민의힘이 주요 도시 철도 지하화를 약속한 데 이어 여야가 유사한 공약을 연이틀 내놓은 것이다. 지상부 개발을 통한 노후 구도심 정비라는 골격과 '민간자본 유치' 에 국한된 모호한 재원 대책은 동일하지만, GTX 지하화 여부 등 각론은 다소 차이가 있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수십조원 규모 공약을 뚜렷한 재원 계획 없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만큼 '선심성 포퓰리즘'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표와 이개호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 구로 신도림역을 찾아 철도·GTX·도시철도 도심구간을 전면 지하화화하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지상부에 용적률·건폐율 특례를 적용해 주거·의료·공원·일자리 등 복합공간을 조성하고 철로주변 노후도시를 재정비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철도 지하화는 수도권 경인선(구로역~인천역), 경원선(청량리 -도봉산~의정부역), 경의선(서울역~수색역·수색~문산 도심구간), 경의중앙선(용산역~청량리~도심역) 등 6개 노선 10개 구간과 그 외 권역인 부산·대전·대구·호남 6개 노선 6개 구간 등이 대상이다.
도시철도는 제22대 국회에서 도시철도법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2호선 신도림역~신림역, 한양대역~잠실역(잠실철교), 신답역~성수역(성수지선) ▲3호선 옥수역~압구정역(동호대교) ▲4호선 금정~산본~수리산~대야미, 동작역~이촌역(동작대교), 쌍문역~당고개역 등 ▲7호선 건대입구역~청담역(청담대교 하부) ▲8호선 복정역~산성역 지하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하화 대상에는 GTX-A(운정~동탄), GTX-B(인천대입구~마석), GTX-C(덕정~수원) 노선도 포함된다.
▲청량리~도심역 복선화·경원선~GTX-C 통합노선 ▲사업성 향상을 위한 예비타당성 지침 개선 ▲관련 시민추진단 구성도 약속했다.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은 약 80조원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재원은 민간 자본을 통해 조달한다는 입장이나,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공약 발표를 맡은 이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총연장은 약 260.2km로 추정되고 그 중 80% 정도 지하화가 필요하다"며 "사업비는 km당 4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적으로 80조원 내외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사업비 대부분은 민자 유치로, 현물이 국유철도라 국가 현물투자로 재원이 투입된다"고 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도 전날 당의 험지인 수원을 찾아 전국 주요 도심 철도 지하화와 지상부·주변 부지를 '공원-도시결합 미래형 도시' 등으로 재설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도심 함께 성장'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지상부 복합공간 조성과 명칭만 다를 뿐 유사한 내용이다. 해당 부지에 용적률·건폐율 등 '규제 프리존'을 도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수도권 외 전국 주요 권역에 광역급행열차를 도입해 '1시간 생활권'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은 차별점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철도 지하화 계획도 전방위 지하화를 추진하는 민주당과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의 재원 마련 방안도 '민자 유치' 외 뚜렷한 언급은 없었다. 한 위원장은 "철도 지하화가 되면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편익이 많다"며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철도 지하화는 민자 유치로 이뤄져 재원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개호 의장도 본지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별도 (정부) 재정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여야가 경쟁적으로 수십조원 규모 재정 투입을 전제한 공약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재원 대책을 거론하지 않는 것은 총선용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돈도 돈이지만 단기간에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수도권이 총선 격전지인 만큼 표를 얻기 위한 선거 전략 차원에서 나온 공약"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