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 회장 등에 곧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앞서 같은 내용의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위법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만큼 형사 사건 선고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배임)로 재판에 넘겨진 허 회장과 조 전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검찰은 2022년 12월 SPC그룹의 계열사 간 주식 양도와 관련해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공소사실요지에 따르면 허 회장 등은 2012년 증여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 양도했다. 당시 밀다원은 총수일가가 사실상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였다.
이로 인해 샤니와 파리크라상에 각각 58억1000만 원, 121억6000만 원의 손해를 끼쳤고, 삼립에 179억7000만 원의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2020년부터 2년간 수사해 사건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는데, 이와 별개로 행정소송도 동시에 진행됐다.
공정위는 2020년 SPC그룹의 밀다원 주식 저가양도 행위 등에 대해 과징금 647억 원을 부과했는데, SPC그룹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행정6-2부(부장판사 홍성욱 황희동 위광하)는 전날(31일) 행정소송 선고기일에서 SPC에 부과된 과징금 처분을 취소한다며 상당부분 승소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주식 양도가 ‘현저히 낮은 대가로 거래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행위’로 판단했는데, 이 같은 전제가 증명되지 않은 이상 현저히 낮은 대가로 이 사건 밀다원 주식을 양도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검찰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2일 선고될 형사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공정거래 사건 처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선고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행정사건 선고가 나온 상황에서 이틀 뒤에 이뤄질 형사사건 선고가 크게 상반되거나 어긋날 가능성이 많지는 않다”며 “형사재판은 행정소송보다 입증 책임의 기준과 정도가 훨씬 높아 유죄를 얻어내기 더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관계의 문제라면 압수수색 등으로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한 검찰이 공정위보다 혐의 입증이 더 쉬워서 유죄를 증명해낼지는 몰라도 법리적인 쟁점이라면 행정소송 결과와 비슷한 선고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두 사건 선고가 이틀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까닭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형사재판 선고가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피고인 측에서 재판부에 변론재개 등을 요청하고 재판부도 행정소송 선고 결과를 참고하며 추가 심리를 할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2일 선고기일을 아직 연기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8일 허 회장에게 징역 5년, 조 전 사장과 황 대표에게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