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 철학의 대가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인간은 생과 사에 걸쳐 수많은 선택상황을 마주하고 무언가 선택함으로써 (혹은 선택하지 않기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꾸려나간다. 인생이 수많은 선택의 연속인 만큼 선택마다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나 정도가 다양한데, 점심메뉴와 같이 그 영향력이 당장이나 근 며칠에 그치는 선택이 있는 반면 결혼과 같이 짧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평생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택도 있다. 그리고 이미 행한 선택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은 종종 유효 기간이 없는 후회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위태롭게 느껴지던 순간 에블린은 무술 고수, 화려한 배우, 요리사, 하물며 돌(?)까지 휘향 찬란한 다중우주를 떠돌며 어쩌면 지금의 자신이었을지 모른 또 다른 에블린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버스 점프(verse jump)’라는 능력을 이용해 다중우주에 존재하는 다른 에블린들의 다양한 능력을 흡수해 세계를 허무주의로 물들이려는 악당 조부 투파키에게 맞선다. 수천, 수만 에블린 중 가장 평범해 보이는 우리의 에블린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현상이 있다. 바로 ‘FOBO’현상과 ‘FOMO’현상이다. ‘FOBO’는 Fear Of Better Option의 약자로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선택을 유보하거나 회피하게 되는 현상이을 말한다. 가장 손쉬운 예로 넷플릭스 메인 화면에서 어떤 콘텐츠를 감상하면 좋을지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페이지를 나와버리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수백, 수천 가지의 선택지 속에서 최상의 효율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과 잘못된 선택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선택하는 행위 자체를 두렵게 만들었다.
‘FOMO’현상 역시 문제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남들보다 뒤처지고 고립될 것 같다는 두려움에 불안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매 순간 주위에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그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환경 속에서 현대인들은 너무나 손 쉽게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누군가는 투자로 큰 돈을 벌고 누군가는 직업 두 세개를 병행하며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데 자신은 그렇지 않아 불안하고 두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중요한 것이 바로 수많은 가능성을 재고 따지기 보다 눈 앞의 것에 집중해 현재를 누리려는 태도다. 최선의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택한 것을 최선의 결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책임감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뭐 어떤가. 가능성의 세계에 휩쓸려 삶의 관전자가 되느니 실패를 경험한 행동가가 되는 것이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