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먹기’ 시늉하다 퇴장 당한 이라크 후세인, 사유는 따로 있었다 [아시안컵]

입력 2024-02-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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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축구대표팀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이 요르단과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골을 해낸 뒤 잔디 먹는 뒤풀이를 하고 있다.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뜬금없이 잔디를 먹는 세리머니를 펼쳐 이라크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떨어지는 빌미가 된 아이만 후세인의 경고 사유는 ‘경기 지연’으로 밝혀졌다. 후세인의 갑작스러운 퇴장이 이라크가 탈락하는 직접적인 계기로 인식돼 논란이 벌어지자 AFC가 이례적으로 개별 판정에 대한 설명을 내놨다.

2일(한국시간) AFC는 홈페이지를 통해 “후세인의 퇴장은 국제축구평의회 경기 규칙 제12조 반칙과 불법행위 중 ‘경기 지연 시 징계’에 따른 것”이라며 “후세인이 받은 두 번째 경고는 경기 규칙상 심판의 올바른 판정”이라고 밝혔다.

AFC는 “후세인이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당한 상황을 둘러싼 질의를 여러 차례 받았다. 판정 근거와 포괄적 해석을 제공해 이런 의문을 풀어주는 게 우리 목표”라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조항에는 선수에게 경고가 주어지는 반칙의 사례로 ‘플레이의 재개를 지연한 경우’가 명시돼 있다.

6골을 터뜨리며 대회 득점 선수를 달린 이라크의 스트라이커 후세인은 요르단과 16강전 후반 31분 2-1 역전 골을 넣은 뒤 그라운드 주변을 돌며 ‘산책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라운드에 앉아 잔디를 입에 넣는 시늉을 했다. 이에 주심은 후세인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당 판정을 두고 골 세리머니에 도발, 조롱하는 내용이나 제스처가 있을 때 경고가 나오는 규정에 따라 주심이 이 문제의 동작을 선동적인 행동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왼손으로 먹는 행동에 인종차별이 포함된 것’‘경기장 시설을 훼손한 것’ 등 여러 추측을 쏟아냈다.

하지만 도발적인 행동보다 경기 지연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AFC 측의 공식 설명이다.

앞서 옐로카드를 한 번 받았던 후세인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고 이후 경기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수적 열세 끝에 2골을 내준 이라크는 2-3으로 역전패해 16강에서 떨어졌다. 경기 직후 후세인에게 경고를 준 호주 국적 알리레자 파가니 심판은 온라인 집단 테러의 대상이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는 이란 태생인 파가니 주심을 향한 악의적인 글이 올라왔고 상세한 개인 정보도 무단 공개되기도 했다.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이라크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아시안컵 같은 대회에서 골 세리머니를 했다는 이유로 선수를 퇴장시킬 수는 없다. 이미 요르단 선수들도 전반에 같은 세리머니를 했는데도 아무런 징계도 주지 않았다. 특히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한 뒤 벌어진 일이라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후세인의 퇴장 이후 아무런 변화도 줄 수 없었다”고 격분했다.

이와 관련 AFC는 “심판과 선수 등 대회 참가자들을 향한 위협, 학대, 개인정보 폭로 등을 강하게 비난한다. 그러한 행동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되고 아시아 축구 커뮤니티를 존중하는 행동도 아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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