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태계 구축 위한 5조~7조 달러 규모 펀딩 추진
국내서 삼성전자와의 AI 반도체 협업 가능성 커져
평택 P5 공사 일부 중단 두고 밑그림 작업 주장도
삼성전자 "속도 조절 차원…투자 이어갈 것"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샘 올트먼은 최근 본격적인 자체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 활동도 벌이고 있다. 이에 국내에선 삼성전자에 대한 낙수효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샘 올트먼은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리는 전 세계가 현재 사람들이 계획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팹 생산량, 에너지, 데이터 센터 등의 AI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오픈AI가 본격적으로 AI 반도체 설계·제조 분야까지 발을 들여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샘 올트먼은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샘 올트먼은 현재 5조~7조 달러(약 6600조~9300조 원) 규모의 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현재 전 세계에서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시가총액을 합산한 6조 달러(약 7980조 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선 수준이다.
오픈AI는 이번 투자금으로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자체적인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일단 큰 그림은 수년 안에 10여 개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만들고,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운영을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오픈AI의 본격적인 반도체 시장 확장 기조에 향후 삼성전자와의 협업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 캠퍼스 내 반도체 5공장(P5) 건설 공사 일부를 잠시 중단한 것을 두고, 오픈AI의 고사양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다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흘러 나왔다.
P5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지난달 30일 협력사들에 “공장제작, 부지임대, 도면검토, 인원수배 등을 포함한 일체의 모든 작업을 중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또 작업 재개 일정은 미정이며, 추후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사 일정을 일부 조율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이라며 “향후 시설 및 연구개발(R&D) 등 반도체 투자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공사 일정 조율이 본격적인 차세대 AI향 고사양 메모리 생산을 위한 설계 변경 차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에는 고객 맞춤형 반도체 제작 요구가 커지면서 생산라인 형태나 장비 등이 기존과는 달라지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고열 처리”라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패턴이나 새로운 공정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데이터를 빨리 전송하기 위해서는 패턴 폭 변경 등도 분명히 필요하다”며 “기존 공정에 사용됐던 장비가 아닌 새로운 장비들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공사 일정을 조정하자는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샘 올트먼은 지난달 26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방문해 직접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이후에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반도체 부문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들과 협업에 관해 논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픈AI는 사실상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기업”이라며 “삼성전자로서는 충분히 공들여서 투자할 만한 잠재적 고객”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P5는 앞으로 반도체 수요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부지를 정비하는 과정에 있다”며 “메모리 라인이 될지, 파운드리 라인이 될지 아직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