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발 'PF 우발채무' 폭풍이 새해 벽두부터 건설업계를 휩쓴 가운데 기업들의 살얼음판 걷기는 여전한 모양새다. 특히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 리스크를 짊어진 건설사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건설사들의 잇따른 흥행 소식은 분위기를 환기한다. 먼저 현대건설은 지난달 22일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 1600억 원의 4배가 넘는 6850억 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이어 24일 SK에코플랜트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1300억 원 모집에 5배가량인 7000억 원의 수요가 몰렸다. '제2의 태영건설'로 지목됐던 롯데건설도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3440억 원의 주문을 받아내며 미매각을 피했다.
다만 이러한 흥행은 그룹사와 '한 지붕' 아래 있는 대형건설사이기에 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 세 곳은 각각 현대차, 롯데, SK란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이 가능하다. 혈혈단신으로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칼바람이 매섭다. 건설업 전반의 재무건전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기업 부실예측모형을 통한 2023년 부실기업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감기업(금융업 제외) 3만6425개사 중 4255개사(11.7%)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부실기업)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부실확률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업종은 건설업이다. 건설업종 외감기업의 부실 확률은 2019년 2.6%에서 지난해 6%로 두 배 넘게 올랐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이후 건설채에 대한 투심이 보수적인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목표액보다 많은 금액을 확보한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업계 전반의 체질개선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부동산 PF 리스크는 올해 건설업계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그룹사와 정부의 지원에 기대 모든 것을 해결하긴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의 건전한 경영과 이를 위한 자구 노력이다. 진정한 의미의 기업구조개선 작업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