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이상 투자자, 미국인 주식 80% 차지
경기침체 실현되면 매도 부추겨 혼란 가중 위험
버핏처럼 복리 투자가 대안 될 수도
기준금리에 덜 민감해 미국 소비 이끈다는 평도
미국 투자 전문매체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93), 투시롤의 엘렌 고든(91), 펜스케오토모티의 로저 펜스케(86) 등 S&P500 기업 중 11개사 최고경영자(CEO)는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다.
이들이 이끄는 기업 주가는 평균적으로 S&P500 종목 전체보다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가 5년간 평균 51.8% 상승하는 동안 후자는 82% 상승했다. 지혜와 경험으로 대변되는 고령층 리더십을 둘러싼 논쟁은 미국에서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주가에서 차이를 보이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고령화의 문제는 경영진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노인 투자자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로젠버그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80%는 은퇴했거나 은퇴가 가까워진 55세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60%를 밑돌았던 이들의 비중은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 문제는 이들의 투자금이 노후 자금인 탓에 시장 상황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젠버그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은퇴자들은 시장 침체 속에서 주식을 매수하고 보유할 여유가 없다”며 “경기침체가 실현되면 인구통계학적으로 주식 매도를 유발하게 되고 시장은 더 강력한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핏이 대규모 자산을 축적하기 시작한 시점도 흥미롭다. 투자 전문매체 벤징가에 따르면 버핏이 보유한 현재 순자산의 99%는 그가 50세가 된 이후에 축적된 것이다. 억만장자 타이틀을 가졌을 무렵 그의 나이는 56세였다. 시장에서 폭탄 취급을 받을 나이에 그는 시장을 이끄는 투자자가 된 셈이다.
벤징가는 “버핏은 인내심과 복리의 힘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목표를 이뤘다”며 “그의 성공 이야기는 상당한 부를 쌓는 데 있어 시간이 단타나 지능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원칙의 증거”라고 짚었다.
노인들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면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뒤따른다. 지난해 9월 미국 노동부의 소비자지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미국인들의 지출 비중은 22%를 기록해 1972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이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 회복의 중심에 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쓸 돈이 있는 노인들이 미국 경제의 비밀병기가 되고 있다”며 “이들은 집을 사는데 돈을 빌릴 필요도 적고 다른 소비자에 비해 해고 위험도 적어 금리에 덜 민감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