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즐겁지 않은 도미노 게임이 시작했다. 우려하던 대로 홍콩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1월부터 시작됐다. 1월 4대 시중은행의 만기손실액만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올해 전체로는 15조 원이 만기 도래해 7조 원 내외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기물량은 상반기에만 10조 원에 달한다. 도미노 손실이 우려된다.
2015~2016년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에도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 연계 ELS가 말썽이었다. 투자자의 원금손실 우려가 불거지면서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부각됐다. 이번 사태에서도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졌다. 금융당국은 홍콩 ELS 불완전판매 금융회사에 엄정 대응하며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금융회사에만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당국과 소비자도 자유로울 순 없다. 은행 ELS에 가입한 투자자의 90% 이상은 투자경험이 있는 재투자자로 파악된다. 한번 ELS에 가입해 만기에 수익을 냈던 투자자가 같은 상품에 재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금손실이 나는 상품인지 몰랐다는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과거의 투자 결과에 따라 금융상품의 투자 수요가 결정되는 경향을 보이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금융상품도 예외는 아니다.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고, 수익도 손실도 그 선택의 일부다. 파생결합상품은 수익률이 높을수록 손실 위험도 커진다. 특히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 규모가 커지는 꼬리 위험(tail risk)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의 성과가 미래의 성과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투자를 망치는 건 인간의 욕망이다. 높은 수익률 욕심에 장밋빛 전망만 생각하고 투자에 뛰어드는 행위는 금물이다.
이에 앞선 전제 조건이 있다. 투자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개별 발행사는 각사의 상황은 물론 시장 전체 상황을 고려해 ELS 규모와 운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체계적인 위험관리를 지속해 나가며 ELS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금융당국도 ELS 시장 모니터링과 함께 시장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회사만 닦달한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되는 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