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래사업기획단' 조직하기도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시장 확장 박차
장기간 이어져 온 삼성전자의 오너리스크가 일단락되면서 인수합병(M&A) 시계도 다시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2017년 하만 인수 이래 처음으로 대형 M&A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대형 M&A를 지속 언급하는 등 신사업 확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적절한 투자 타이밍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CES2024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대형 M&A는 착실히 하고 있다”며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는 계획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삼성전자는 2017년 전장 회사 하만을 인수한 이래 6년 간 이렇다 할 대형 M&A가 없었다. 지난해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지분 투자하거나 자회사 하만을 통해 음악 관리·검색·스트리밍 플랫폼 '룬'을 인수하는 등 작은 규모로만 진행해 왔다.
대형 M&A는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무엇보다 오너의 결단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번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이 회장이 직접 M&A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조직 개편을 통해 중장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사업기획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해외투자 전문 자회사 삼성넥스트는 지난달 노르웨이 로봇 스타트업 ‘1X 테크놀로지스’(1X Technologies)에 투자하기도 했다. 1X 테크놀로지스는 가사 도움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NEO)를 개발해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삼성리서치에 별도로 ‘삼성로봇플랫폼’(SRP)을 구축하는 등 로봇 사업 관련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CES 2024에서는 그간 개발을 멈춘 줄 알았던 가정용 반려로봇 ‘볼리’(Ballie)를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역시 삼성전자가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미국의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조직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는 올해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팀 전문 인력을 크게 늘리는 등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SRA는 전체 15개 삼성리서치 연구소 가운데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열린 갤럭시S24 시리즈 언팩 행사에서는 차세대 헬스케어 제품인 ‘갤럭시링’을 공개하기도 했다. 갤럭시링은 반지 모양의 웨어러블 기기다. 손가락에 착용해 심박 수와 심전도를 측정하고, 사용자에게 건강·수면 등의 정보를 전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만 인수 당시처럼 이 회장이 직접 대형 M&A를 주관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어느 때보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조 단위의 매머드급 M&A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