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 주가 29% 빠진 테슬라에 타격
자금 저PBR로…"이차전지 수급 부정적"
연초 전기차 시장 둔화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이차전지 관련주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방침 발표 후 겹악재에 부딪힌 모습이다.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에 투자자 매수가 두드러지며 PBR이 높은 이차전지주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전 거래일 대비 3.08% 하락한 37만7000원에 마감했다. 올해 1월 2일을 기준으로는 12.22% 빠졌다. 지난 5일보다 3.36% 내린 삼성SDI도 연초 이후 19.91% 급락했다. 올해 들어 SK이노베이션도 13.83%, POSCO홀딩스는 10.45% 각각 하락했다. 코스피로 이전한 엘앤에프는 공모주 열풍을 이어가지 못하고 35.62% 추락했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이차전지주를 향한 기대치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간밤 테슬라는 3거래일 만에 2.23% 오른 185.10달러에 장을 마쳤다. 모처럼의 반등이지만, 연말 이후 하락분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27일 261.44달러를 기록했다가 꾸준히 떨어져 두달여 만에 29.19% 빠졌다. 지난달 말 테슬라가 내놓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에 더해 사측이 올해 자동차 판매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고 관측하며 시장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저PBR주 바람이 불며 이차전지주 입지가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차전지주는 성장주로서 대표적 ‘고PBR’ 종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PBR은 4.40이고 삼성SDI와 엘앤에프도 각각 1.40, 3.3로 높다. 저PBR주에 증시 수급이 몰리며 고PBR 종목인 이차전지주에는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난달 24일 이후 전날까지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는 낮은 PBR을 지닌 대형주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이 기간 현대차만 975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8685억 원어치, 기아와 KB금융은 각각 4501억 원, 2336억 원어치 쓸어 담았다.
기관 순매수 1위 종목도 현대차가 차지하며 3909억 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했다. 신한지주(1704억 원)와 삼성물산(1559억 원), SK(1214억 원) 순매수세도 뚜렷했다. 반면 외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을 492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SDI와 POSCO홀딩스도 1317억 원, 906억 원어치씩 팔았다. 기관은 LG에너지솔루션을 138억 원, 엘앤에프를 1339억 원어치 각각 순매도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2월 시장 트렌드는 밸류업 프로그램 저PBR 종목으로, 성장주 위주의 국내 2차전지 업계는 수혜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며 “1월 중 지속되는 반도체 섹터의 일시적 조정으로 발생한 자금 흐름이 금융·유통업으로 쏠리며 이차전지 종목으로의 수급 유입에는 다소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가자들의 최근 관심이 정부 정책 기대감으로 고성장주에서 저 PBR주로 쏠리는 것도 고PBR군인 이차전지 밸류체인 수급에는 부정적”이라며 “기업의 펀더멘털상 모멘텀을 기대하기엔 1분기 보수적인 고객 수요 상황 등이 부담”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