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L 원톱’ 법무법인(유한) 율촌 자금세탁방지팀
금융위 FIU 출신 김시목 팀장
금감원 20여년 전문가도 영입
다수 금융사 법률자문 진행
“전자금융‧코인 사업서 수임”
돈세탁 방지시스템 수요 기대
법무법인(유한) 율촌이 갑진(甲辰)년 성장전략으로 ‘자금세탁 방지(AML‧Anti-Money Laundering)’ 분야에 집중한다. 특히 전자금융업과 가상자산사업을 중심으로 ‘독립적 감사’ 자문을 수임함으로써 실적 제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율촌은 자타공인 ‘AML 원톱’이란 평가를 받는다.
자금세탁, 이른바 돈 세탁은 불법적으로 획득한 수익을 합법적인 원천에서 생긴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그 원천을 은닉하거나 가장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갖춰야 할 자금세탁 방지 주요 제도로는 △의심거래 보고 △고액 현금거래 보고 △고객 확인 등이 있다.
율촌 자금세탁방지팀장을 맡고 있는 김시목(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자금세탁 방지 및 테러자금 조달금지제를 도입, 돈 세탁을 일체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공개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제재심의위원을 지낸 김 변호사는 자금세탁 방지 분야 최고 전문가다. 최근 율촌은 신한투자증권 자금세탁 방지업무 전반을 독립 감사했는데, 증권사에 대해 로펌이 AML 컨설팅을 실시한 국내 최초 사례다.
카카오‧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토스‧업비트‧코인원 등 디지털 금융기업은 물론 핀테크,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자금세탁 관련 시스템과 업무 전체를 점검‧감사하는 다양한 자문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하나‧우리‧NH농협‧신한‧KB국민‧전북‧BNK부산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웰컴저축은행 등 거의 모든 시중‧지방‧인터넷전문‧저축 은행을 대상으로 AML 법률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AML 검사에 대응하고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대리하고 있다. 민간 영역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각종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거나 용역을 담당하는 공공 자문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 등 자금세탁 방지 법규를 제정하면서 금융사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했다. 자금세탁 방지 의무가 적용된 금융사는 은행, 금융투자회사, 보험사 등 전통적 금융업권 외에 전자금융업자, 가상자산사업자, 카지노업자, 환전영업자로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이 제정된 지 23년이 흘렀지만 자금세탁 방지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아직까지 금융권은 자금세탁 방지 체제 구축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 미국 현지법인 아메리카 신한은행은 미국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벌금 2500만 달러(한화 약 337억 원)를 얻어맞았다. 자금세탁 방지 프로그램 ‘미흡’이 이유다. 한국계 은행에 대한 대규모 벌금 조치는 2017년 농협은행 뉴욕지점(1100만 달러), 2020년 IBK기업은행 뉴욕지점(8600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은 2001년 9‧11 사태 이후 자금세탁 방지 감사를 강화해 왔다.
상황이 이러자 금융위는 지난해 말 ‘자금세탁 방지 및 공중 협박자금 조달금지에 관한 업무규정’을 개정‧고시하고, 현재 각계 외부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사회‧대표이사‧준법감시인‧보고책임자의 자금세탁 방지 업무 책임성과 전문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김 변호사는 “근래 국내외 감독기관의 검사 및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각 금융사들은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구축‧운용을 고도화하고 있으나, 금융거래의 급격한 디지털화와 비대면 거래 등으로 자금세탁 유형과 경로가 한층 복잡해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청은 작년 한 해 범죄규모 1조8062억 원 상당의 자금세탁, 가상자산 이용 환치기 등 외환사범을 적발했다. 앞으로 자금세탁 방지 법률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율촌은 법률자문 수요 급증에 대비해 자금세탁방지팀 보강 작업을 완료했다.
지난해 6월 초 율촌에 합류한 이호재 수석 전문위원은 금감원 자금세탁방지팀장을 역임한 정용걸 고문, 기업은행 자금세탁방지부장으로 근무한 이태호 전문위원(외국 변호사)과 같은 기존 멤버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금감원에서 20년 넘게 재직한 이 수석 전문위원은 자금세탁 방지업무 전문 감독관으로 금감원에서 AML 업무만 7년 가까이 책임진 베테랑이다. 김 변호사는 “이호재 수석 전문위원만큼 감독 경험과 검사 경험, 업력을 가진 전문가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 전문위원은 이 자리에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업무 부서로부터 독립된 부서 또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매년 1회 이상 주기적으로 AML 업무 수행의 적절성, 효과성을 검토‧평가하고 이에 따른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한 독립적 감사업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별도 감사조직이 없는 금융사나 종전 감사실이 해당 업무를 주도해온 금융사 역시 제3의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독립적 감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분야 법률시장을 개척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