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환 한양대바이오메디컬 공학과 교수 [인터뷰]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뇌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가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했다는 소식이 주목받았다. 머스크는 임상 직후 X(옛 트위터)를 통해 “첫 환자가 뉴럴링크로부터 이식받았다”며 “환자는 잘 회복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간의 뇌에 이식한 컴퓨터 칩을 통해 말이나 행동을 제어하는 기술이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다. BCI는 일론 머스크로 인해 관심이 높아졌지만, BCI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973년이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내외에서 BCI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BCI는 사지마비 환자 치료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일상생활에도 쓰일 수 있도록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서는 기술 연구와 함께 BCI 관련 규제 논의 진행 중이다.
본지는 최근 한양대 연구실에서 임창환 한양대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를 만나 현재 연구수준과 개발 현황, 상용화 등 BCI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짚어봤다.
BCI는 뇌파를 이용해 외부에 있는 컴퓨터를 제어하기 위해 연결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닌 뇌파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다. 장애 등으로 신체를 사용하지 못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BCI는 사지가 불편한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개발되기 시작했다. 최근 뉴럴링크의 사람 대상 임상 시작에 주목 받았지만, BCI 개념은 50년 전 처음 나왔다.
임창환 교수는 “BCI의 개념이 처음 나온 건 1973년으로 올해 51년이 됐다. 당시 컴퓨터 공학자와 뇌과학자가 만나 이야기하면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개념이 만들어졌다”며 “일반인들이 접하는 기회가 많지 않아 생소할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연구하는 그룹도 많고 활성화돼 있는 분야”라고 소개했다.
BCI는 크게 침습형과 비침습형으로 나뉜다. 침습형은 두개골을 열고 뇌에 전극을 넣어 뇌파를 읽고 분석해 컴퓨터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뇌를 통해 뇌파를 직접 감지해 정확도는 높지만, 위험성으로 인해 인체 임상이 제한적이다. 현재 사람에 대한 BCI 임상이 허용된 국가는 미국, 중국, 프랑스 정도다. 반면 침습형은 머리 밖에서 뇌파를 측정해 뇌의 신호를 읽는 방식이다. 침습형보다 덜 민감하지만 일상생활에 활용된다.
국내외서도 BCI 연구가 활발하다. 침습형 BCI는 뉴럴링크로 대표적이지만, 다수의 기업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뉴럴링크의 대항마로 꼽히는 싱크론(synchron)은 뉴럴링크보다 2년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인체 임상을 하고 있다. 뇌에 직접 칩을 이식하지 않고 목에 있는 혈관을 통해 스텐트를 대뇌까지 밀어 올려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측정한다.
머스크와 뉴럴링크를 창업한 벤자민 라포포르트 박사가 설립한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precision neuroscience)는 휘어지는 전극을 뇌에 올리는 방식의 BCI를 연구 중이다. 칩을 뇌에 꽂거나 심는 것이 아니어서 손상이 덜하고 제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클린나텍(Clinatec), 블랙락 뉴로테크(Blackrock Neurotech) 등도 침습형 BCI를 연구하고 있다.
머리 밖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비침습형은 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 명상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돕거나 숙면할 수 있도록 하는 기기들이다. 국내에는 LG전자의 브리즈와 현대모비스의 엠브레인이 대표적이다. 브리즈는 실시간으로 사용자 뇌파를 측정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수면을 돕는다. 엠브레인은 운전자의 뇌파를 분석해 피곤‧졸음 등을 방지한다.
BCI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안전성이다. 사람의 뇌에 전기가 흐르는 칩을 이식해도 안전성이 보장되냐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인간의 머리에 기기를 이식하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파킨슨병이나 뇌전증 치료에도 삽입한다”면서 “FDA는 임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했을 때 승인하는데 BCI도 마찬가지다. 위험과 부작용이 있지만 기술이 필요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더 크기 때문에 승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0년대 파킨슨병과 뇌전증 환자 증상 완화를 위해 인간의 뇌 심부에 바늘을 꽂아 전기자극으로 치료하는 ‘뇌심부자극술(DBS)’이 개발돼 도입됐다. 이는 뇌전증 환자가 발작하기 전에 뇌파를 통해 예측하고, 뇌전증이 시작되는 부위에 전기자극을 줘 발작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
임 교수는 “두개골과 뇌 사이에 뇌척수액이 있는데 그 안에는 면역세포가 없어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뇌에 여러 전극이나 기기를 삽입하는데 생각보다 부작용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BCI 관련 연구와 함께 법제화 논의도 시작됐다. 국내의 경우 뇌전증 환자 수술 시 제한적으로 침습형 연구를 하고 있다. 뇌전증 환자의 수술 전에 수술 부위를 결정하기 위해 전극을 1~2주간 삽입하는데 그 기간 BCI 실험을 한다. 현재 국내에서 사람 대상의 BCI를 실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임창환 교수는 “국내서 BCI 임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법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식품의약품안전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BCI는 사람의 뇌에 칩을 심어 장애와 질병을 극복하도록 하는 첨단 기술로 여겨지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다. 또한, 임 교수는 상용화되더라도 스마트폰처럼 일상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그는 “침습형은 일반인들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장애가 있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시작됐고, 임상도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편의나 인지 능력을 위해 이식을 허용하는 국가는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임 교가 우려하는 건 윤리적 부작용이다. 임 교수는 “머리에 칩을 이식하면 정신적‧신체적 능력이 향상되고, 사회의 공정성이 사라진다”며 “나는 넣고 싶지 않아도 BCI를 한 사람보다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넣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까지 변화시킬 수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