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설과 함께 단비 같은 연휴가 찾아왔다.
다만 올 설 연휴는 4일로 지난해 추석보다 짧아, 여행보다는 휴식을 택한 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올 설 연휴 계획’을 물은 결과 ‘OTT, TV, 게임을 하면서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이 34.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아직 계획이 없다’ 32.9%, ‘국내 여행’ 16.3%, ‘밀린 집안일’ 10.2%, ‘해외여행’ 6.3% 순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79%p다.
다소 짧아 아쉬운 연휴, 집에서 쉴 계획이라면 평소 도전하지 못한 ‘드라마 정주행’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몰아보기 좋은 넷플릭스 시리즈 3편을 모아봤다.
“살인을 저질렀더라도 그의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은, 따뜻한 인간미가 있다.” ‘살인자ㅇ 난감’을 연출한 이창희 감독은 최우식을 캐스팅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9일 공개된 ‘살인자ㅇ 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말간 얼굴의 최우식이 살인범 이탕 역, ‘대세 배우’ 손석구가 어떤 살인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진 형사 장난감 역을 각각 맡았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이탕이 ‘어쩌다’ 술에 취한 진상 손님을 사망케 한 데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살인자라는 충격에 빠져 있던 그는 진상 손님의 정체가 인면수심의 범죄자라는 걸 알게 된다. 스스로 악인을 감별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믿게 되면서, 이탕은 ‘어리바리 살인마’에서 ‘전문적인 응징자’가 된다.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부터 살의를 느끼는 등 이탕의 심리와 행동은 다채로운 분위기로 연출된다. ‘죄와 벌’을 모티브로 ‘죽어 마땅한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살인’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하려는 관객의 시도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부산행’, 드라마 ‘지옥’ 등을 선보인 연상호 감독의 각본을 맡았고, 배우 김현주, 박성훈, 박병은 등이 출연한다.
매일 찾아오는 악몽, 갑작스러운 사망, 현관에 붙은 의문의 부적 등 불길한 일들이 잇따른다. 그리고 모든 일의 중심에 놓인 건 선산. 사건을 파헤칠수록 가족의 비극과 선산을 둘러싼 비밀도 정체를 서서히 드러낸다.
베테랑 배우들이 뭉친 만큼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다. 전통 악기로 연주된 스산한 배경음악은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토속적인 요소도 잘 녹아든 K-스릴러의 표본이라는 평가다.
‘성난 사람들은’ 지난해 4월 공개됐지만, 연초 시상식을 휩쓸면서 다시 한번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 에미상과 골든글로브에서 각각 8관왕과 4관왕을 차지했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두 사람 사이에서 난폭 운전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된 이야기를 그린다.
완성도에 더해 한국계 미국인 감독과 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국내에서도 화제를 빚었다. 이성진 감독이 경험한 난폭 운전자와의 만남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사실도 재미 요소다.
한국계 미국인이자 도급업자인 대니(스티븐 연)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풀리지 않아 괴롭다. 심지어 스스로 생을 끝내기 위해 산 숯불 화로를 반품하러 갔다가 마트 직원에게 면박만 당하고 영수증이 없어 반품에도 실패한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아 분노한 대니. 그의 시야엔 사납게 경적을 울리며 자신의 차를 앞질러 가는 흰색 고급 SUV 차가 들어온다. 항의한 대니에게 돌아온 건 사과가 아닌 손가락 욕.
손가락 욕을 날리고 떠난 운전자는 중국계 미국인 에이미(앨리 웡)로, 그 역시 삶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 상황이었다. 사업 때문에 분노한 와중, 대니의 차가 걸리적거린 것이다. 이후 하찮은 복수를 시행한 대니에게 에이미도 한 방을 먹이고, 복수에 복수가 꼬리를 물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이어진다. 때로는 ‘너무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분노에 찬 두 인물. 그러나 인간이라면 모두가 억누르고 사는 감정이 바로 분노인 만큼, 극은 큰 공감을 자아낸다.
차별을 꾀하는 지점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삶에 대한 세밀한 묘사다. 특히 한인 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재미교포 커뮤니티를 조명한 부분은 어떤 이민자 서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으로, 미국 사회를 경험한 한국인이라면 격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