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 시름하는 배터리…ESS ‘대안’ 될까

입력 2024-02-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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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SS 시장, 2030년 356GWh까지 성장 전망
일론 머스크 “올해 전기차보다 ESS 더 성장”
K-배터리, ESS 시장 공략…전기차 부진 충격 딛을까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LG Energy Solution Vertech) 미국 텍사스 ESS 현장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배터리 산업의 고속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배터리업계는 전기차 위기를 뛰어넘을 돌파구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ESS 사업 매출 비중이 아직 10% 안팎에 불과한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2022년 39.2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356.6GW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SS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설비다. 태양광·풍력발전 등 생산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늘면서 ESS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전기차 수요는 한풀 꺾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제품이 대중화되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는 ‘캐즘(Chasm)’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 한 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약 33% 성장했으나 올해 성장률은 20% 초·중반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섰다.

배터리업계는 위기에 놓인 전기차의 대안으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ESS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ESS 사업이 전기차보다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중국 CATL의 유휴 장비를 구입해 네바다주에 ‘메가팩’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가팩은 테슬라가 출시한 대용량 ESS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ESS 사업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글로벌 ESS 시장은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제한되면서 국내 기업들에 기회가 열렸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미국 최대 규모의 태양광·ESS 프로젝트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배터리가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화에너지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조성하는 ESS 단지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해당 단지는 4GWh 규모로, 투자액만 1조40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에 약 3조 원을 투입해 ESS용 LFP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강화한 ‘SBB(삼성 배터리 박스)’ 확대 판매를 추진한다. SBB는 ESS 내부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하나의 박스에 담아 구성한 제품이다. SBB에는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가 적용돼 기존 배터리보다 용량이 30% 이상 향상됐다. 2026년 양산을 목표로 ESS용 LFP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ESS 업체 IHI 테라선 솔루션즈와 손잡고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ESS 배터리 공장 신설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ESS 시장이 전기차 수요 둔화의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연간 매출에서 ESS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 삼성SDI는 10% 내외에 불과했다”며 “특히 북미를 중심으로 ESS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배터리업계의 성장 여력도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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