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한 기업은 코루파마와 노르마, 옵토레인, 하이센스바이오 등 총 4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양자 보안 전문기업 노르마를 제외하면 3곳이 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코루파마는 필러 주사제 제조기업이고 하이센스바이오는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기업이다. 옵토레인은 반도체 관련주로도 묶이지만, 반도체 기반 진단 플랫폼 기업이란 점에서 바이오 기업에 더 가깝다.
바이오 기업이 연초 연달아 상장 예심을 철회한 상황은 이례적이다. 실제 이들을 제외한 기업은 연초 심사 승인 통보를 줄줄이 받아 더욱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코칩과 이노그리드, 아이엠비디엑스, 케이엔알시스템 등 총 10곳의 기업이 그 대상이다. 심지어 이노그리드는 최장 심사 기간을 기록하면서 예심 통과를 못 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으나, 지난달 30일 심사 승인을 받았다.
통상 연초는 거래소의 ‘상장 심사 비수기’다. 전년 동기만 해도 연초에는 상장 예심 철회 자체가 전혀 없었다. 철회는 최소 3월부터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IPO 시장 훈풍 속에 상장 심사가 미뤄진 곳들이 늘자 거래소가 연초 상장 심사 속도를 높였고, 철회도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의 거래소는 10월 정도까지 예심 청구서를 받고 연말에 심사를 끝내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에는 1년 내내 진행한다”며 “금융감독원도 사시사철 증권신고서 심사를 진행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연초에 상장이나 심사가 많아졌다”고 했다.
유독 바이오 기업이 철회 대상이 된 이유는 사업 안정성을 타 업종보다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오 기업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려면 신약 개발 등을 통해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데, 신약 개발까지는 수십 년이 걸린다. 또 고금리 상황에 연구개발(R&D)을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 기업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상장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열풍과 달리 파두 사태 이후로 금감원 증권신고서 심사가 훨씬 더 깐깐해졌다”며 “이에 거래소도 더 엄격하게 심사를 보면서 최근 업황이 비교적 부진하고 수익 확보도 어려운 바이오 쪽은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한편 높아진 IPO 문턱에도 바이오 기업의 상장 예심 신청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원료의약품(API) 전문기업 엠에프씨도 7일 스팩 합병 상장을 위한 상장 예심 신청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