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전국 950만 명에 달하는 65세 이상 노인층에 연간 12만 원의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이를 모두 소진한 뒤에는 청소년 할인율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대한노인회는 즉각 ‘패륜아 정당’, ‘총선을 앞둔 표 갈라치기’ 등의 격한 표현을 하면서 반발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인 일자리가 부족하고, 노인의 건강한 활동을 위한 시설도 열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경로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는 노인의 이동성을 확장함으로써 이런 문제점을 상당 해결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분이 지하철로 가까운 공원이나 산에 가서 친구와 같이 운동도 하고, 소통하고 있다. 4호선 중 경마장역의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이유도 훌륭한 공원에 부담 없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지하철 택배를 이용하여 용돈벌이하거나, 무료 급식을 먹기 위해서 이용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 경로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국식 노인복지라 할 수 있다.
2018년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이들 노인은 하루 평균 2.4회, 4명 중 1명은 주 5일 이상 지하철을 이용하고, 평균 외출 시간은 4시간 45분으로 약 11km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 통계치는 코로나로 줄어들었다가 지금은 원상 복귀되었을 거라 추측된다. 주로 낮 시간대 이용이 집중되고 탑골공원, 재래시장, 병원 등에서 많이 하차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행 경로 지하철 무임승차가 평면적인 회계만 보면 지하철 적자의 주된 원인이다. 지하철 총 적자에서 경로 무임승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경로 무임승차 승객 수와 지하철 요금을 곱한 금액이 총 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한교통학회도 도시철도 무임 수송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운송 횟수 및 열차 편성 수는 변화가 없다고 하면서 아직 무임승차 때문에 비용이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경로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불분명하다. 지자체가 부담하던 교통 복지비용의 일부를 국비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상당 부분을 노인들이 부담하는 구조다.
노인들의 부담이 많이 늘어나고, 그만큼 이들의 지하철 이용 위축에 따른 부담은 결국 국비나 미래 세대의 이전 소득으로 보충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국가 재정 건전성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고, 미래 세대의 소득도 불안정하다.
그리고 경로 지하철 무임승차가 주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기준 교통연구원의 비용편익 분석을 보면 교통사고 감소, 의료비 및 장기 요양비 절감, 기초생활 급여 절감, 자살 감소 등의 효과를 고려한 비용편익 비율(B/C)이 1.63~1.84로 산출된 바 있다. 경로 무임승차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그것이 이바지하는 편익이 더 크다는 이야기이다. 만일 향후 분석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비증대 효과, 미래 세대 가정의 안정이 생산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면 당장은 경로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가 지하철공사의 적자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하철 이용이 쉽지 않은 지역의 65세 이상자에게 형평성 차원에서 연 12만 원의 국비 혜택만 새롭게 도입하는 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커져만 가는 지하철 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때를 사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지하철 이용객을 대상으로 정밀한 설문조사와 통계적 예측 등을 바탕으로 무임승차 시간대 조정, 무임승차 나이 상향 조정, 지하철 요금의 현실화, 재정 부담의 주체 등을 전문가와 충분히 협의하여 최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