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에 방광기능장애까지…“해외 시장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
대웅제약과 휴젤 등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이 치료용 적응증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미용 중심의 국내 톡신 시장은 포화 상태로, 치료용 적응증은 ‘블루오션’ 진입을 위한 열쇠로 떠올랐다. 치료용 적응증을 획득한 제품은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대웅제약과 휴젤이 각각 대표 제품에 치료용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은 주로 주름 개선, 사각턱 완화 등 미용 목적의 시술에 활용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미국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를 통해 치료용 적응증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만성·삽화성 편두통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2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 2상 환자 등록을 완료했으며, 올해 3분기에 해당 임상의 데이터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또 이온바이오파마는 경부근 긴장이상 치료 2상을 진행 중이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전임상 후 1상을 준비하고 있다. 나보타의 위마비 치료용 임상은 1상을 완료했다.
실제로 보툴리눔 톡신은 한 달에 15일 이상,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편두통 환자에게 투여 시 증상 완화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이에 대한두통학회는 ‘편두통 예방치료 약제 진료지침’을 통해 보툴리눔 톡신을 성인 만성 편두통 환자에서 예방약제로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휴젤은 ‘보툴렉스’를 과민성 방광 치료에 사용하기 위한 1상을 진행했다. 현재 방광기능장애 환자 가운데 경구투여 약물치료가 어렵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는 환자에 한해 보툴리눔 톡신 투여를 통한 치료가 고려되고 있다. 2015년부터는 한국엘러간의 ‘보톡스’를 활용한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시작됐다. 아울러 휴젤은 경부근 긴장이상 치료 목적의 1상도 진행했다.
휴젤 관계자는 “과민성 방광 치료와 경부근 긴장이상 1상 모두 마무리했으며, 아직 2상 진입 계획은 구체화하지 않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치료용 적응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나보타는 현재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양성본태성 눈꺼풀 경련 등 2개의 치료용 적응증이 있다. 보툴렉스는 이들 2개 적응증에 더해 소아 뇌성마비 환자 경직까지 총 3개 치료용 적응증을 확보했다.
다만 국내의 보톨리눔 톡신 경우 미용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치료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 사용이 활성화하지 않았다. 건강보험급여 적용 사례도 드물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23년 약 2090억 원 규모로, 이 중 미용 시장이 약 90%로 추정된다.
국내와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치료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 사용이 활발해, 미용 시장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8조3000억 원으로, 이 중 치료 시장은 절반이 넘는 약 4조4000억 원에 달했다. 치료용 적응증을 확대한 제품은 해외 시장에서도 미용은 물론, 치료용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어 경쟁력이 강화되는 셈이다.
한 보툴리눔 톡신 기업 관계자는 “미용 시장만 봐도 국내보다 해외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큰데, 해외 시장은 치료와 미용 수요의 비율이 6대 4에 가깝다”라며 “해외 주요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치료용 적응증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