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신규 자원회수시설 부지로 상암동이 선정되자 마포구가 전쟁을 선포한 건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친환경’ 미사여구로 ‘이미지 세탁’을 했어도, 자원회수시설은 아직 쓰레기 소각장의 탈을 벗지 못했다. 그런 시설이 이미 있는 마포구에 하나를 더 짓겠다고 하니 ‘독박’ 아닌가, 반발도 당연하다 싶었다. 이른바 혐오시설 추진 과정에 으레 등장하는 뻔한 레퍼토리를 상상했다. 단골 소재는 우리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님비(Not In My Backyard)’. 그런데 마포구의 항변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어디에도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 반전이었다.
쓰레기 갈등의 불씨를 댕긴 건 직매립 금지였다. 2021년 환경부는 생활폐기물 매립을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수도권은 2026년부터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땅에 바로 묻을 수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시는 신규 소각장 건설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계산은 단순했다. 현재 매립량이 일평균 900톤이고 소각장 가동일수가 연간 300일쯤 되니, 1000톤/일 규모의 폐기물처리시설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마포구의 생각은 다르다. 기존 4곳(마포, 강남, 양천, 노원)의 광역자원회수시설 설비를 개선해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쓰레기 감량 정책까지 병행하면, 직매립 금지분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굳이 1조 원 넘는 비용을 들여가며 소각장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가정법’을 피하고 싶을지 모른다. 직매립 금지 타이머는 돌기 시작했는데 쓰레기가 줄지 않으면, 기존 소각로 개보수로 감당이 안되면,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을 테니까. 면피(免避)에 진심인 공무원 입장에서 신규 소각장이라는 ‘보험’ 하나쯤 필요했을 수 있다. 문제는 ‘보험설계’ 과정에 의문이 꼬리를 문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공식·비공식적으로 밝힌 소각장 운영 계획에 따르면 마포구의 두 곳을 동시에 가동하는 향후 10년간 강남, 양천, 노원 소각장이 순차적으로 ‘현대화’된다. 현대화 종료 후 마포구의 기존(750톤/일) 소각장은 가동을 멈춘다. 그곳에서 태우던 쓰레기는 현대화를 통해 성능이 개선된 강남, 양천, 노원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결국, 세 곳의 시설 현대화로 하루 750톤을 더 소각할 수 있다고 가정한 셈이다.
자연스레 궁금증이 생긴다. 진작 현대화를 진행했으면 될 일 아닌가. 시간이 촉박했다고 하지만, 수도권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추가 소각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언급은 2014년 서울시 문건에 등장한다. 더구나 그 문건엔 신규 소각장보다 기존 시설개선이 바람직하다고 쓰여 있다. 과거 설계된 소각로가 쓰레기 성상 변화(비닐, 플라스틱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소각 효율이 낮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현재 서울시 4곳의 광역자원회수시설 가동률은 평균 80%로, 폐기물관리법이 보장하고 있는 130%에 못 미친다. 민간의 경우 꾸준한 시설개선과 기술력으로 법정 가능 최대치까지 운영하고 있다.
‘10년’이란 시간표도 명쾌하지 않다. 서울시는 현재 마포를 제외한 3개 시설의 현대화 방식과 비용, 기간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다.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는 것. 현대화 추진에 걸리는 시간 계산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포구 기존 시설의 가동을 10년 후 중단하겠다는 계획이 먼저 나온 셈이다. 이런 모순이 서울시의 신규 소각장 건설 추진 ‘참뜻’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극심한 기상이변이 지구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한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노력에 역행한다. 생산, 사용, 처리 과정에서 엄청난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쓰레기 정책의 답은 하나뿐이다. 최대한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증가로 쓰레기 감량이 버거운 건 맞지만, 무서운 속도로 진격 중인 기후재앙은 우리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당장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플라스틱 분리수거만 잘해도 소각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20리터 기준 종량제 봉투값 490원. 쓰레기 버리는 부담이 사실상 없는 서울에서 감량이 절실할 리 없다. 서울시는 소각장 건설을 추진하는 ‘뚝심’만큼, 쓰레기 감량에 ‘진심’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