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열렸지만…“예금자 피해 우려” 신중론 [온투법 시행 4년]

입력 2024-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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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높아 저축은행 예금자 불안
일부 업체 시범저적 완화 후 확산을”
전문가“당국 개선ㆍ업계 자정 병행”

(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ㆍP2P금융)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모습이다. 온투업체가 올해 금융시장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떠오른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취급하고 있는 만큼 무작정 허들을 낮추기가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온투업계가 생사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규제 개선과 업계의 신용평가 모델(CSS) 정교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14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온투업권 연계투자에 대한 규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게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받고 있지만, 아직 신청한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지난달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온투업에 대한 저축은행 등 기관투자를 허용했다. 이를 통해 온투업권은 안정적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금융기관은 새로운 영업기반을 발굴할 수 있다. 차입자 역시 금리 등 대출 조건을 개선하는 등 ‘1석 3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당국은 규제완화로 인해 저축은행 예금자를 위험에 내몰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을 염려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온투업체들의 연체율이 높기 때문에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받아 온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주담대와 PF을 하고 있는 온투업체가 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받아서 영업하면 저축은행 예금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면서 “역량을 갖춘 온투업체에 시범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후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투업체는 대부분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영업한다.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온투업체 대출 잔액의 62%가 부동산 담보대출인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 신용은 10%에 불과하다.

온투업계를 활성화하려면 당국의 규제 개선과 업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차주들의 등급을 세분화하고 이에 맞는 대출 금리를 제한하는 쪽으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는 법정 최고금리에 묶여 있고 차주별 위험 수준에 따라 금리를 세분화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평가했다.

신용평가 모델이 취약한 온투업체의 경우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서 교수는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로 금리 세분화가 이뤄지면 이용자도 늘고 연체율도 줄일 수 있다”면서 “서비스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선순환이 되는데 현재는 온투업체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부업체처럼 선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투자자의 신뢰 회복도 과제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장은 “과거 온투업에 묶여 돈을 날린 개인투자자들이 많았다”면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용평가 역량을 개선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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