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하락 베팅' 급증…고점 인식
국내선 2월에만 6조 넘게 순매도
일본 증시가 거침없이 상승하며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일본 러브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일본 증시의 연이은 고공 행진이 마무리되리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하락 베팅’이 급증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시선에 국내 증시를 향한 개미들의 투심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일본 증시에서 1억10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94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한 것과 비하면 20배 넘게 폭등했다. 일본 주식 보관금액도 몸집을 키웠다. 지난 12일 기준 3조8155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2조9277억 달러)보다 30.32% 늘었다.
연초 순매수 상위 3개 종목은 일학개미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미국채 엔화 헤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차지했다. 국내 투자자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를 9957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 ETF(758만 달러)’와 ‘아이셰어즈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 ETF(301만 달러)’도 뒤를 이었다. 역대급 엔저에 환차익을 노린 수요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
인버스 상품을 향한 열기도 급격히 달아올랐다. 닛케이 지수 상승량을 –2배로 추종하는 ‘넥스트펀드 닛케이225 더블 인버스 인덱스 ETF’ 순매수액은 222만 달러에 달했다. 이 종목은 지난해 10월 174만 달러어치 순매수를 기록한 뒤로 11월과 12월 순매수 상위 50위 밖으로 밀려났다. 연말 국내 투자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가 올해 들어 매수세가 강해진 셈이다.
일학개미의 ‘변심’은 일본 증시가 연말연초 랠리를 이어가며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본 증시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호황을 누리다 하반기 조정기를 거쳐 연말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이런 흐름은 전날 닛케이 225가 34년 만 최고치인 3만7963.97로 거래를 마치며 정점을 찍었다.
반면 동학개미들은 국내 증시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96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매도세는 이달 집중됐다. 올 1월에는 4조591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가 2월에만 6조691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증시를 향한 개인의 기대감이 사그라든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첫 장에서 2669.81로 출발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17일 2435.90까지 하락했다가 이달 7일이 돼서야 2600선을 회복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급에서 주도 역할을 하던 개인 수급이 추세를 추종하면서 주식시장 하락 구간에서 저가 매수는 주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