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경쟁' 단기납 종신보험 전쟁 끝났나

입력 2024-02-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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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불완전판매 속출…개선 요구"
삼성생명, 보험 판매 잠정 중단
생보사, 환급률 120%대로 낮춰

생명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유지 환급률을 낮추거나 상품 판매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열경쟁과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상한선을 제한하며 생보사들을 상대로 현장점검을 시행하는 등 단속조치에 나서자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전날부터 납입기간 10년 미만인 단기납 종신보험 ‘더행복종신보험’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삼성생명 측은 “과열경쟁을 우려한 자체적인 판단”이라며 “판매 재개 여부와 시점에 대해선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내에선 금융당국의 엄포에 생보사들이 환급률을 하향 조정하거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흥행으로 보장성보험 매출을 크게 높일 수 있었던 생보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이유다.

앞서 지난달 1일 푸본현대생명은 ‘MAX 종신보험 원픽’의 단기납 형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같은 달 31일 NH농협생명 역시 법인보험대리점(GA) 전용 ‘투스텝NH종신보험’의 판매를 종료했다. 이달 7일 KDB생명은 출시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상품인 ‘무심사 우리모두 버팀목 종신보험’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높은 환급률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자 생보사들은 잇따라 유지 환급률을 120%대로 조정하기도 했다.

현재 7년 납 10년 시점 환급률이 가장 높은 생보사는 KDB생명(127.0%)이다. 이어 △DGB생명(126.7%) △처브라이프생명(125.0%) △ABL생명(124.5%) △DB생명(124.1%) △하나생명(124.0%) △동양생명(124.0%) 등이 124%대를 기록했다. 120%대 이상으로는 △메트라이프생명(123.2%) △NH농협생명(123.0%) △한화생명(122.4%) △신한라이프(122.0%) △교보생명(122.0%) △푸본현대생명(120.3%) 등이 있다. KB라이프생명(116.9%)과 미래에셋생명(115%)은 그나마 낮은 편이다.

금감원은 생보사들의 단기납 종신보험 과당 경쟁을 우려하면서도 환급률 조정은 자율적인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높게 가져가며 영업현장에서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상품 판매에 대한 중단 여부와 환급률 조정은 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업계 의견을 취합해 단기납 종신 관련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생보업계는 해당 상품 판매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자칫 시장이 쪼그라들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마케팅 기법 등 완전판매가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라며 “불완전판매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금융당국이 나서서 규제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환급률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해야 하는 생보사들이 종신보험 판매를 늘릴 수밖에 없어서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트렌드가 한물갔다는 의견도 나온 만큼 120%대의 환급률 유지하며 상황 지켜본 후 종신보험 판매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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