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14조...미래·NH·하나·메리츠·신한·대신證 자기자본 대비 31%”

입력 2024-02-1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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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이 2019년 매입한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지구 내 투어에크호 빌딩. 작년 말 라데팡스 지구의 공실률은 14~17%에 육박한다. (출처=구글맵)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이어 금융시장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한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14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해외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30% 이상인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실적이 대폭 감소하면서 해외부동산 관련 손실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15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증권사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현황 및 관련 손실 점검’보고서를 내고 자사가 신용등급을 평가 중인 증권사 25곳(대형사 10곳, 중소형사 15곳)을 대상으로 해외부동산 관련 손실을 점검한 결과 해외부동산 익스포저가 14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작년 3분기 말 기준 미국(6조6000억 원)과 유럽(5조4000억 원)의 투자비중이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다. 상업용 부동산 용도가 8조8000억 원로 가장 많았다. 투자는 대부분 원금 미회수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펀드와 리츠·지분 투자(8조7000억 원)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오피스는 코로나19 이후 대면 근무로 전환하면서 사무공간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9.6%로 역대 최고치(19.3%)를 경신하는 등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 임차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지속하는 부정적 환경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추가 손실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해외 부동산 펀드 8조3000억 원 가운데 22%(1조8000억 원)에 대해 손실인식을 파악했다. 이중 절반 이상인 4조6000억 원에서 평가손실을 인식하고 있으나, 나머지 3조6000억 원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 손실을 인식하지 않았다. 국내 증권사들의 부담이 향후 늘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만기별로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도래하는 펀드에서 약 26%의 평가손실률을 나타냈다. 해외부동산 익스포저가 1조 원을 웃도는 대형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6개사로 이들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부동산 익스포저는 31%로 집계됐다.

특히 미래, 하나, 메리츠, 신한 4개사를 중심으로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2022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하나증권은 적자전환을 기록했으며, 신한투자증권(-76%), 미래에셋증권(-58%), 메리츠증권(-29%) 순으로 실적 감소폭이 높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해외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해 대규모 손실인식을 반영한 것이 지난해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나신평은 현재 부정적인 해외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해외부동산 손실 발생 가능성이 존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융지주회사 계열 증권사의 경우 모기업으로부터 유상증자, 후순위성 채권 인수 등을 통해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있어 부담을 덜 전망이다.

실제로 증권사를 보유 중인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올해 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곳은 6곳으로 1년 전(4곳) 대비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권고와 부동산 익스포저 손실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신한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는 각각 4000억 원, 2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KB금융지주는 이달 27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오는 22일과 23일에는 메리츠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각각 1500억 원과 27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금리 레벨은 연 5% 안팎으로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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