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외교 숙원…'對사회주의 국가 외교 완결판' 평가도
한국이 '북한 형제국'으로 불리는 쿠바와 수교를 공식화하자 대통령실은 15일 "북한에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외교 숙원으로 평가한 쿠바와 수교에 대해 대통령실은 "對사회주의 국가와 외교의 완결판"이라고도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쿠바와 수교로 우리나라는 중남미 모든 국가와 수교하게 됐고, 對중남미 외교, 나아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외교 지평이 더 확대됐다"며 이 같이 평가했다.
외교부도 이번 수교에 대해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외교 관계 수립은 한국의 중남미 외교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외교 지평을 더욱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과 쿠바는 14일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 교환으로 '대사급 외교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인 쿠바는 북한과 오랜 기간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은 우방국이다.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 혁명정권 수립 직후인 1960년 북한과 수교했다. 카스트로는 1968년 북한에 방문, 친선협조조약을 체결했다. 당시 조약 서문에 '형제적 연대성의 관계'가 담기면서, 쿠바는 북한의 '형제국'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쿠바와 북한 간 특수 관계를 염두에 둔 듯 "이번 수교로 북한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간 쿠바는 한류를 비롯해 여러 가지 여건상 한국에 긍정적인 호감이 있었음에도 북한과 관계로 수교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수교 협상 과정도 철저한 보안을 지킨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 상황을 보고받았고, 최종 결정은 설 연휴 기간 이뤄졌다. '한·쿠바 수교안'은 설 연휴 직후인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안건으로 의결됐다.
정부는 공식 발표 전, 미국 측에 쿠바와 수교 사실을 알렸다. 최우선 동맹국인 미국이 여전히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유지하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됟나.
이번 수교가 체결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역사적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쿠바와 정치적·경제적 관계뿐 아니라 문화 교류도 적극적으로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까지 한국인 1만4000여 명이 방문했는데, 이런 분들에 대한 영사 지원도 면밀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쿠바는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으나 190여 개국과 수교했고, 수도인 하바나에 100개국이 넘는 대사관을 운영할 정도의 중남미 거점국 중 하나로 꼽힌다. 비동맹운동 등 제3세계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이기도 하다.
한국은 그간 쿠바와 수교를 '한국 외교 숙원이자 과제'로 보고 추진했고,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안보실, 외교부 등 유관 부처가 긴밀히 협업해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교 협의에 대해 "다각적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3번 정도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교 교섭에 나섰던 주한멕시코 대사는 지난해 쿠바에 방문, 당국자와 협의했고, 국·과장급 실무진 선에서도 여러 번 접촉이 있었다고 한다.
2022년 8월 연료저장시설 폭발 피해, 지난해 6월 폭우 피해에 따른 식량 부족 상황 등 쿠바에 인도적 지원에 더해 지난해 12월 '쿠바 아바나 영화제' 계기로 한국영화 특별전을 개최, 비정치 분야에서 우호적 분위기 조성 노력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쿠바 국민 사이에서 한류 호감도 등을 쿠바 당국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경제협력 기대감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수교와 관련, 쿠바 측이 특별히 요구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