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내가 먼저 한국 감독직 제안…정몽규, 진지하게 받아들여”

입력 2024-02-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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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내려온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재임 기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의 친분을 언급했다.

독일 탐사보도 매체 슈피겔은 지난달 21일 클린스만 전 감독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기자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캘리포니아 클린스만 자택, 한국 대표팀 평가전 경기장 등에서 그를 만나 쓴 심층 기사로, 클린스만은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이달 16일 경질됐다.

매체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 기업 중 한 곳인 현대가(家)의 정 회장에 대해 열광적인 태도를 보였다. 클린스만은 인터뷰에서 정 회장과 현대의 영향력을 설명하며 “말도 안 되는 거다.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장 정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울 용산역 인근 호텔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클린스만은 정 회장의 사무실이 용산역에 있다며 자신의 숙소에서 “5분 거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는 용산역에 있다.

클린스만은 정 회장과 2017년 인연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클린스만의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할 때 정 회장과 인연이 닿았으며,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한 경기장의 VIP 구역에서 정 회장과 재회했다는 것이다.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직후였고,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 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월드컵에 참여한 클린스만은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다. 클린스만은 매체에 “농담조였지만, 정 회장은 다소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와 관련해 논의했고, 클린스만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달라”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몇 주 후 정 회장에게 연락이 왔다는 게 클린스만의 설명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축구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재택근무 논란에 대해서는 “내 노트북이 내 사무실”이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매체는 “클린스만은 한국 최고의 선수들도 한국이 아닌 유럽에서 뛰는데, 한국이든 어디든 특정 장소에 머물며 감독으로 일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설했다.

클린스만은 “제가 며칠 동안 보이지 않으면 한국 언론들이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며 “언론으로부터 압력이 커지면서 축구협회 측에서 연락이 와 ‘비행편이 언제냐’ 묻는다”고 덧붙였다.

슈피겔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독일 국가대표 감독 재직 시절에도 일정이 끝나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택으로 돌아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클린스만을 대변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메르켈 전 총리는 최근까지도 그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첫 동독 출신 여성 총리로 16년을 재임한 메르켈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특별공로 대십자 훈장 수여식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초청했다. 클린스만은 메르켈 전 총리가 처음 취임한 당시 독일 대표팀 감독이었다.

당시 메르켈 전 총리는 “클린스만이 너무 자주 캘리포니아에 간다고 알려졌던 초창기부터 격의 없이 함께했고, 한 번도 서로 연락이 끊긴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슈피겔은 “어려운 시기에는 곁을 지켜줄 동맹이 필요하다”며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정 회장이 이런 존재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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