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행 서울지점이 中서 번 돈도 법인세 내야”
1심 ‘원고 승소’→2심선 패소…하급심 판단 갈려
한국에 우선 과세권…“외국납부세액 공제 불가”
“韓 먼저 과세 뒤 中서 사후공제”…大法 첫 판단
중국은행이 359억 원 규모의 법인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특히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해외 기업의 한국 법인이 본사가 위치한 국가에 법인세를 이미 납부했다는 사유를 들어 이중과세 금지 원칙상 공제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중국은행이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중국은행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중국에 본점을 두고 있는 중국은행은 서울지점에서 조달한 자금을 중국 지점에 예금하거나 중국 사업자에게 대여하고 이자 소득을 얻었다. 이 소득은 서울지점에 귀속됐다.
이와 관련, 중국은행은 우리 정부에 법인세를 내면서 중국 정부가 원천징수한 소득 10% 상당을 공제했다. 중국은행은 그 원천징수 세액을 외국납부 세액으로 공제한 뒤 우리나라에 법인세를 신고했다.
법인세법에 따라 외국 법인이 한국에 법인세를 낼 때는 외국에 납부한 만큼을 공제하고 납부할 수 있다. 이를 외국납부 세액공제라고 한다.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과세 관청은 원천징수 세액이 제3국이 아닌, 중국은행의 본점이 있는 국가(거주지 국)인 중국에 납부된 세금이므로 외국납부 세액공제가 배제돼야 함을 전제로 중국은행이 2011~2015 사업연도에 벌어들인 소득에 가산세를 더해 358억7000만 원을 법인세로 부과했다. 이에 중국은행이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거주지 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도 외국납부 세액공제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법원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 방지를 위한 협정(이하 한‧중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거주지 국가 과세를 제한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정사업장이란 외국 법인이 국내에 가지고 있는 고정된 장소로서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곳을 일컫는다.
반면 2심은 원고 패소로 1심과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2심 재판부는 “한‧중 조세조약에 의할 때 이 사건 소득에 관해 고정사업장 소재지국인 한국에 우선적 과세권이 있고, 거주지국인 중국은 이중과세를 회피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거주지국인 중국에 납부한 원천징수 세액에는 외국납부 세액공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외국납부 세액공제가 불가능하며 중국은행이 법인세를 내는 게 옳다고 본 2심 법원 논리가 타당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대법원은 우선 한‧중 조세조약과 국내 법인세법 규정을 살펴 “원고(중국은행)의 거주지 국에서 발생해 우리나라 소재 고정사업장에 귀속된 이 사건 소득에는 우리나라가 먼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중과세의 조정은 그 후 중국이 과세하면서 우리나라에 납부한 세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며 “(이런 경우에는) 소득에 대해 거주지 국에 납부한 세액이 있더라도 외국납부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적시했다.
예컨대 중국은행 서울지점이 일본에서 이익을 얻은 뒤 일본에 법인세를 냈다면 한국에 법인세를 낼 때 외국납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은행 서울지점이 본점이 있는 중국에서 이익을 얻고 중국에 법인세를 냈다면, 이에 대해서는 한국이 먼저 과세한 뒤 이를 중국에서 사후 공제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결론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외국 법인이 거주지 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해당 거주지 국에 납부한 세액에 관해, 법인세법에 따른 외국납부세액공제의 가부와 관련된 판단기준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