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는 25만2500원으로 보합 마감했다. 올해 초 약 20만 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현대차는 최근 한 달동안 7거래일을 제외하면 쉬지 않고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2021년(2월 16일, 25만1000원) 이후 약 3년 만에 장중 25만 원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기아는 같은날 1.55% 오른 11만7600원으로 마감했다. 연초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상승률은 각각 24.1%, 17.6%에 달한다.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이날도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데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2곳이 연달아 신용등급을 올린 점이 꼽힌다. 16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 긍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피치 신용등급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한 주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현대차·기아를 포함해 총 7개에 불과하다. 현대차·기아 이외에는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용등급 A-는 피치의 신용등급 체계 20개 가운데 위에서 7번째로, 기업의 신용도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미래의 지급 불가능 위험도가 낮다는 의미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은 유동성 위험이 적어 향후 외부 자금 조달 금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A등급대에 올려두면서 피치도 신용등급 ‘A’등급대 상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6일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A3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A등급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올린 배경으로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한 재무적 완충력 △글로벌 시장지위 등 사업 경쟁력 등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피치는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지속적인 제품믹스 개선, 탄력적인 가격정책 및 원화 약세 등에 힘입어 견조한 매출과 이익 성장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피치는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EBITDA) 마진이 최근 3~4년 평균을 웃돌아 중기적으로 9%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및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견고한 시장 지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전동화 투자 계획을 밟아나가며 시장 변화 흐름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증권가에서도 현대차 주가는 여전히 절대적 저평가 구간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날 NH투자증권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31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제품 및 브랜드 경쟁력이 개선되고 있으며, 미래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이익체력과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조수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주가에 대해 “여전히 절대적 저평가 구간”이라며 “새롭게 제시한 목표가 31만 원은 올해 기준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의 0.84배 수준이다. 피크아웃 우려와 자동차 산업 경쟁 심화에 따라 기존에 부여했던 할인율을 40%에서 30%로 축소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남은 한 곳인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에서도 신용등급을 상향할 경우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신용 3사로부터 모두 A 등급을 받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다. S&P는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의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긍정적 전망은 향후 6개월 이내 신용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국내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무디스와 피치가 앞서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올린 상황에서 S&P의 신용등급도 뒤따라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통상 평가사들 간에 등급을 다르게 책정하는 신용등급 스플릿(Split, 불일치)을 꺼려하는 신용평가업계에서 신용도의 통합은 신용등급 신뢰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