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배제 여조·밀실공천 논란…친문 집단행동 예고
'개혁신당 결별' 새미래·조국신당…탈당파 대안 부상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50일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사천(私薦) 파동에 휩싸였다. 현역 친문(친문재인)계 등 비주류를 배제한 지역구 여론조사 논란부터 이 대표의 밀실 컷오프(공천 배제) 논의, 하위 20% 평가 통보를 받은 의원들의 반발까지 맞물리면서 연일 파열음이 짙어지고 있다. 민주당을 떠난 의원들이 개혁신당과 결별한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에 직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에 포함됐음을 통보받았다"며 "구당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당을 복원하겠다는 정풍운동의 각오로 오늘의 이 과하지욕을 견디겠다"고 했다.
이어 "당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재심을 신청하겠다"며 "결정이 어떻든 제 의정활동 평가는 몇몇 사람들의 근거를 알 수 없는 채점표가 아니라 오롯이 저를 지켜봐온 당원과 국민들 몫"이라고 했다.
민주당 하위 평가 10%에 속한 의원은 경선 득표 30% 감산, 10~20%에 해당하면 20% 감산이 각각 적용된다. 앞서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밝힌 하위 20% 규모는 31명. 상당한 페널티인 만큼 사실상 컷오프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하위 20% 통보를 받은 4선의 김영주 의원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며 탈당을 선언했다.
앞서 이인영(서울 구로갑)·설훈(인천 부천을)·송갑석(광주 서갑)·홍영표(인천 부평을) 의원 등 친문 현역을 제외하고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를 섞은 지역구 공천 적합도 여론조사가 곳곳에서 진행돼 당 안팎이 술렁이기도 했다. 지도부는 당의 공식 여론조사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이 대표의 비선 조직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당 여론조사를 벌였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 여론조사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포함된 여론조사가 각각 이뤄진 것을 두고 당 전체 의원이 속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이 대표와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을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 대표가 조정식 사무총장·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친명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 등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심야 회의를 열고 비위 의혹으로 재판 중인 노웅래·기동민 의원 등 컷오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밀실 사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며 물갈이를 시사했지만, 대상 의원들의 극심한 저항에 직면하면서 물갈이는커녕 '물관리'조차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영표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은 향후 '비명계 공천 학살' 기류가 본격화할 경우 집단행동을 시사하기도 했다. 비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적 의도가 짙은 특정인의 사천"이라며 "시스템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면 점수를 공개하면 된다. 납득하지 못할 결과를 내놓고 인정하라면 인정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며 공천은 시스템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위 20%에 비명계가 다수 포함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아끼는 분도 많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공천 불이익을 받은 비주류 의원이 탈당을 결심할 경우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선택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신당이 주요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운미래는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의 거듭된 갈등 끝에 이날 합당 합의를 파기하고 독자 행보를 결정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 탈당 의원들이 새로운미래에 비교적 부담없이 들어갈 수 있게 됐다"며 "조국 신당도 있으니 민주당이 지역구·비례 선거 모두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