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드레날린이 머리와 가슴에 솟구치는 영화”
“환상적인 미장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공상과학(SF) 소설이자 반세기 동안 문학사를 넘어 수많은 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작품인 영화 '듄: 파트2'(이하 듄2)가 베일을 벗었습니다. 3년 만에 전작보다 더 웅장하고 장엄하게 돌아왔는데요.
‘듄1’에 이어 ‘듄2’의 주 무대도 ‘듄’이라 불리는 사막행성 아라키스입니다. 영화는 이탈리아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까지 전 세계 로케이션을 통해 완성됐는데요. 특히 사막 행성 아라키스는 아라바 계곡 근처 협곡 알 시크, 아랍에미리트의 모래 언덕 등에서 촬영해 현실감을 높였습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언덕과 시야를 가리는 거친 모래바람은 매우 정교하게 묘사돼 관객들에게 마치 먼 미래의 어느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스케일도 훨씬 커졌습니다. 연출과 스토리, 강렬한 액션 시퀀스와 압도적인 미장센, 여기에 사회적 메시지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니라는 것이죠. 드니 빌뇌브 감독은 “영웅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에 경고하고 싶었다. 종교와 정치가 뒤섞였을 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강조하고 싶었다”라고 언급했는데요.
팬데믹 시기 개봉한 1편 이후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이른바 듄에 미친, ‘듄친자’라는 팬덤이 생겨날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는데요. ‘듄2’ 역시 1편도 그랬듯이 세계관이 중심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세계관을 기반으로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속도감 있게 펼쳐냈습니다.
빌뇌브 감독은 모래의 질감까지 느껴지는 생생한 묘사와 압도적인 스케일, 장엄하고 매혹적인 주인공 서사, 메마른 사막의 모래 폭풍 속에서 깨어난 듯한 체험으로 관중들의 마음을 더욱 흔들어놓았는데요. ‘듄2’의 러닝타임은 ‘듄1’보다는 짧아졌지만 긴 러닝타임에도 지겨울 새 없이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아쉬울 뿐이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전작보다 화려하게 돌아온 ‘듄2‘를 즐기기 위해선 세계관 남발 시대에 진정한 유니버스를 선보인 영화 ‘듄1’의 선행 학습이 필요합니다.
‘듄2’를 먼저 만나본 해외 언론의 극찬 소식에 ‘듄친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듄2’는 22일(한국시간) 미국의 영화 웹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토마토미터 97%를 기록하며 신선도 마크를 획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된 프랑스 시사회를 통해 ’듄2‘를 접한 프랑스 평론가들도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아의 연기는 정말 놀랍다. 세트장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최고의 공상과학 영화 중 하나로 대작이다”“아드레날린이 머리와 가슴에 솟구치는 영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호평만큼이나 ‘듄2’ 출연진들에 대한 관심도 엄청납니다. 단연 그 화제의 중심은 티모시 샬라메죠. 현재 ‘웡카’로 국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는 21일 내한 프렌스 컨퍼런스에서 “(한국 관객들이) 초콜릿 팔더니 갑자기 우주에서 뭐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싶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는데요. 티모시 샬라메는 한국 도착 당시 공항에 몰려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등 특급 팬서비스를 펼쳤고요. 한국의 식당과 카페를 들리며 관광까지 즐겼습니다. 여기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도 확정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죠.
내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티모시 샬라메는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인데 전 세계 어느 곳보다 환대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특급 애정을 언급했습니다. 한국 사랑은 비단 티모시 샬라메뿐만이 아닌데요 ‘듄2’ 팀 또한 합류했죠.
젠데이아는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나 많은 분이 아름다운 편지를 보내주셔서 아직도 다 못 읽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인데 서로 마주한다는 것이 너무나 아름답다”라고 전했습니다.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제가 다른 배우들보다 늦게 한국에 도착해서 팬들이 없었다. 굉장히 텅텅 비었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자 이제는 넘치는 사랑을 주고받는 ‘듄’ 시리즈를 즐길 일만 남았는데요. 그러나 ‘듄1’을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듄2’의 세계관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죠. '듄니버스'를 품은 영화 '듄'의 사전 정보 습득은 필수적입니다.
영화 ‘듄’은 폴의 성장 스토리에 가문 간 전쟁, 혹독한 행성의 재앙 등을 녹여낸 미국 작가 프랭크 허버트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처음 선보이는 시리즈 영화로 티모시 샬라메와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조슈 브롤린, 젠데이아, 제이슨 모모아 등 최고의 배우들이 역대급 열연을 펼쳤는데요.
이 영화가 모래 언덕을 뜻하는 '듄'(Dune)이라는 제목을 갖게 된 이유는 사막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기 1만 191년, '듄'은 우주에서 가장 귀한 자원의 생산지 아라키스 모래행성을 두고 벌이는 거대한 전쟁과 전설의 메시아 폴의 위대한 여정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이 모래 언덕은 평범한 모래 언덕이 아닌데요. 대량의 스파이스가 유일하게 생산되는 곳으로 토지 전체가 사막인 ‘아라키스 행성’에 형성돼 있습니다. 21세기 문명의 특정 지질층에 매장되어 있는 화석 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듯, 영화 속 ‘듄’에 매장된 환각제 ‘스파이스’도 전 우주가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물질입니다.
결국 아라키스 행성의 스파이스는 행성을 둘러싼 전 우주적 차원에서 별들의 전쟁의 도화선이 되는데요. 스파이스를 가졌지만, 그 때문에 강력한 행성들의 식민지로 전락한 사막 민족 프레멘, 그들을 지배하는 우주의 지배자 하코넨, 그의 명을 받는 아트레이더스 가문 등 이들이 스파이스 자원 전쟁에 참전한 종족들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아트레이데스 공작의 아들 폴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과거와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는 위대한 지도자인 아버지와 신비로운 여성 집단인 베네 게세리트의 일원인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 분)의 능력을 고루 물려받았습니다. 폴은 아버지를 이어 가문을 잇는 것에 부담이 있지만 아버지 레토 공작은 그런 그를 계속 격려하죠. 레이디 제시카는 아들에게 ‘보이스’라고 불리는, 타인의 의지를 조종하는 베네 게세리트의 능력을 가르칩니다.
베네 게세리트들은 태어날 아이의 성별을 결정할 수 잇는 능력이 있고, 90년간 시공을 초월한 완전체 여성인 ‘퀴사츠 해더락’의 탄생을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레이디 제시카는 베네 게세리트들의 뜻을 외면한 채 자신의 아이를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나게 했는데요. 남자인 폴은 어머니를 통해 여성들이 가질 수 있는 베네 게세리트의 정신적인 능력들을 훈련받습니다.
폴은 매일 꿈에서 아라키스 행성에 있는 여인(젠데이아 분)을 보게 되는데요. 그의 꿈은 사실 꿈이 아닌 예언이자 계시입니다. 폴이 봤던 여인은 아카리스의 원주민인 프레멘 부족의 전사 챠니죠. 스파이스 중독으로 눈이 파란 프레멘들은 하코넨들의 핍박 아래 2등 국민으로 전락해 살아가고 있는데요. 자신들을 구원할 예언 속의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듄1’이 아트레이더스 가문의 후계자 폴이 겪을 대장정의 시작을 알리는 서사였다면 '듄2'는 폴이 전사로 성장해 하코넨 가문과의 대적에 나서는 극적인 서사가 전개됩니다. ‘듄1’은 폴이 멸문을 목도한 뒤 희귀 자원 ‘스파이스’의 생산지인 아라키스 원주민 프레멘을 찾아가 이들의 일원이 되는 모습이 담겼는데요. '듄2'에서는 프레멘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맴돌던 폴이 리더로 거듭나게 됩니다.
빌뇌브 감독은 그런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는데요. 1편에서 폴이 위태로운 소년미에서 강하고 듬직한 지도자로서 각성하고 어머니 제시카가 겪는 여정을 그립니다. 폴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성장과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죠. 폴이 예언자로서 보게 되는 원치 않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고뇌하는 모습과 하코넨 가문과의 첨예한 대립, 강렬한 액션은 ‘듄친자들’의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는데요.
전작에서는 맛보기에 그쳤던 액션이 원 없이 펼쳐지고 아트레이디스 가문의 ‘폴’, 하코넨 가문의 뉴 페이스 ‘페이드 로타’의 격투신도 관객의 재미를 더합니다. 무자비한 하코넨 가문에서도 가장 무자비하고 잔혹한 실세 ‘페이드 로타’는 폴과 대척하는데요. 이들의 전투 장면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긴장감이 흐르죠.
후반부에는 프레민과 하코넨의 ‘떼싸움’도 등장합니다. 폴이 이끄는 프레멘 무리가 거대한 모래 벌레를 타고 적을 깔아뭉개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파트1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모래벌레는 파트2에서 중요한 존재인데요. 폴이 모래벌래를 타는 장면에서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모래의 질감이 느껴진다고 착각할 정도죠.
‘듄2’는 앞서 언급한 대로 광활한 사막, 각 가문의 특색을 드러내는 미장센은 다소 긴 166분의 다소 긴 러닝타임을 자각할 수 없게 하는데요. 영화는 화려한 영상미,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 탄탄한 대서사로 삼박자를 이루는 동시에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전달합니다.
종교와 정치가 얽힌 상황에서 지나친 지도력을 가진 리더가 군중의 맹목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나설 때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말이죠. 영화의 토대가 된 프랭크 허버트 작가의 원작 소설에 충실해지려는 빌뇌브 감독의 연출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빌뇌브 감독은 “허버트 작가의 소설에 최대한 충실히 하려고 했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았다. ‘듄’은 어떻게 보면 젊은 청년이 유전적인 것을 버리고 교육을 통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스 짐머의 음악 역시 ‘듄’의 세계를 완성하는 또 하나의 장치입니다. 신비로운 비밀에 둘러싸인 아라키스, 척박한 사막 위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전쟁의 분위기가 한스 짐머의 음악과 함께 잘 표현됐다는 평을 받는데요. 여기에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거대한 모래벌레를 표현한 컴퓨터 그래픽(CG)까지. 그야말로 영화관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영화 ‘듄’, 만나볼 준비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