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 정지·구속수사 방침에도 사직 늘어
“환자 생각해 집단 진료거부 조속히 중단해야”
전국적으로 전공의 10명 중 7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핵심 의료 인력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보건의료재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서울시도 시립병원과 보건소 등을 대상으로 비상진료대책 가동에 착수했다. 전공의들의 무책임한 현장 이탈로 의료대란이 현실화하자 시민들뿐만 아니라 학계, 노조,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국무총리실과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총 890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전공의 규모인 1만3000명에 견줘봤을 때, 10명 중 7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한 셈이다. 서울 지역만 살펴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서울 전체 수련병원 47곳에서 전공의 5678명 중 4293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께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심각’은 경보 4단계 중 가장 최상위로, 현장을 떠나는 전공의들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까지 예고된 데 따른 조치다. 이날부터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별도의 신청이나 지정 없이 희망하는 의원, 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도 전면 시행된다.
서울시도 정부 방침에 따라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비상진료’에 즉각 돌입했다. 시는 시립병원 8곳(서울의료원, 보라매·동부·서남·서북·은평·북부·어린이병원)의 역량을 총동원해 평일 진료를 오후 8시까지 연장하고, 병원별로 가정의학과·내과·외과 등 필수진료 과목을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동부·서남에서 운영하는 4개 병원 응급실은 24시간 운영을 유지할 방침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보건소에도 비상진료대책본부를 꾸려 평일 오후 8시까지 진료시간을 연장하고, 개원의들이 집단행동 동참 시에는 주말까지 진료를 연장할 계획이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계속되면서 복지부는 업무개시 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의사면허 정지’를, 법무부는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을 내세우며 엄정 대응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전국 곳곳 수련병원뿐만 아니라 이른바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등 상급종합병원 의료 현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해당 병원에서는 수술 취소와 연기, 응급 시술 중단, 입원 연기와 취소 등 환자들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가 가시화되자 정부를 비롯해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관계자는 “(전공의 의료 중단으로) 수술 일정이 연기되면 직장생활을 포기해야 한다며 제발 수술해달라고 애원하는 환자 사례도 있었다”며 “또 전공의들이 진료를 중단하고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의사업무가 간호사 등 타 직군에 떠넘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심하고 치료받아야 할 환자와 가족들을 극심한 피해와 고통으로 몰아넣는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는 하루빨리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인 강영석 전라북도 복지여성국장은 “의사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의로운 사명감을 가진다”라며 “때론 정권과 정책에 불만이 있어 개선을 위한 다양한 집단행동도 가능하지만, 그 수단과 방법이 우리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등지는 것이라면 절대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시 차원에서 의료계와 지속해서 소통해 집단행동 자제를 요청하려 한다”면서도 “정부와 긴밀하게 공조해 파업에 동참하는 전공의, 개원의에 대해 정부 지침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는 등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다음 달 3일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고, 단체행동을 위한 전체 회원 대상 전자투표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