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상장 힘들어질라" 3월 발표 앞두고 서둘러 상장
상장 보수적이던 코빗·고팍스, 최근 3개월간 상장↑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거래 지원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일부 거래소가 신규 코인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고팍스, 코빗 등 상장에 보수적이었던 거래소마저 최근 신규 상장을 늘렸다.
26일 본지가 최근 3개월 간(2023년 12월~2023년 2월 26일)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에 새롭게 상장한 가상자산을 조사한 결과, 빗썸은 24개의 가상자산 거래 지원을 시작했다. 코인원은 30개의 가상자산을 신규 상장했다.
눈에 띄는 것은 그간 보수적인 상장 기조를 이어오던 코빗과 고팍스이다. 같은 기간 코빗은 12개를 상장했고, 고팍스는 11개를 상장했다. 9월~11월 코빗은 1개, 고팍스는 5개의 가상자산을 상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숫자다.
원래 가상자산 상장을 많이 했던 빗썸·코인원과 달리, 상장에 보수적이던 코빗·고팍스마저 무더기 상장에 나선 건 3월 금융감독원의 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3월에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마음대로 상장을 못하니 그 전에 많이 상장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 역시 “가이드라인 시행에 맞춰 몇몇 거래소가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 가상자산 상장 태스크포스(TF)는 3월을 목표로 가상자산 거래지원 공통 가이드라인 마련 막바지 절차에 한참이다. 가이드라인에는 프로젝트 로드맵 이행 여부, 상장 관련 내부 통제, 증권성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큰 틀은 이미 마련됐으며,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큰 틀의 내용은 이미 갖춰져 있고, 어떤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할 것인지, 상장 관련 내부 통제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 등을 다뤘다”며 “거래 지원 여부를 검토하는 유지 심사 내용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간 업계에는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닥사)의 공통 상장 폐지 가이드라인이 있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됐다. 거래소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거래소들은 자율 규제 질서보다 생존을 택했다. 거래소들은 거래량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유망 프로젝트를 경쟁적으로 상장했다.
빗썸이 최근 20%대로 거래 점유율을 끌어올린 건 수수료 무료 이벤트도 있었지만, 월드코인, USDC 거래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이미 거래량이 탄탄한 업비트는 최근 3개월간 3개의 가상자산만 원화마켓에 추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곧 발표될 가이드라인 역시 “업계 자율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며, 엄밀히 따지면 자율 규제를 지키는 지는 사업자 의지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을 대하는 자세는 분명히 다르다. 협의체에 불과한 닥사와 달리, 금감원은 7월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검사·감독 실권을 쥐게 된다. 눈치를 보는 게 당연하다.
업계는 지난주 업비트를 필두로 시작된 금감원의 가상자산사업자 현장 컨설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장 컨설팅은 사업자의 이용자보호법 준수를 돕기 위해 7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가상자산사업자 대표들과 만난 간담회에서 발표한 로드맵 중 하나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저희가 임의로 나가는 검사·감독이 아니라 업계와 일정 협의를 통해 이뤄지는 컨설팅”이라며 “순서나 일정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가상자산 업계는 컨설팅 일정과 순서 등 금감원의 행보 하나하나에 주목하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협의라고는 하지만) 시어머니께 대들 수는 없다“라고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