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가격, 디스인플레이션 공통요인…유가 재상승으로 물가 둔화 주춤”
“앞으로 인플레이션 동인·경기흐름에 따라 둔화 흐름 달라질 수도”
한국은행은 27일 발간한 ‘최근 한국·미국·유로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를 통해 “‘라스트 마일’에서 물가 둔화 속도는 각국의 통화긴축 기조 전환(피벗·pivot)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라스트 마일’은 목적지까지 향하는 마지막 구간을 의미하는 뜻으로 마라톤 경기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알려져 있다.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 수렴 과정을 두고 사용하는 용어다.
한은은 “주요국 헤드라인(headline) 물가상승률은 정점부터 12개월 동안(이하 ‘정점+12개월’로 표기)은 에너지가격 하락이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의 공통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빠르게 둔화됐으나, ‘정점+12개월’ 이후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둔화 흐름이 주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지난달 CPI상승률은 3.1%로 전월(3.4%)보다 둔화됐으나 시장 예상치(2.9%)를 웃돌았다.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모멘텀이 확
대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유로지역의 물가는 작년 11월 2.4%까지 낮아졌으나 지난달 2.8%로 반등했다. 한국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까지 낮아졌으나 작년 7월(2.4%)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각국의 물가 둔화에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한국은 농산물 가격 상승, 미국은 견조한 경기 및 노동시장 상황, 유로는 높은 임금 오름세 등을 꼽았다.
한은은 “에너지가격 외의 요인은 국가별로 다소 차별화되는데, 미국의 경우 지난해말 이후 근원상품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했으나 견조한 고용상황이 지속되면서 근원서비스물가 상승모멘텀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내수압력 약화의 영향으로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모멘텀이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에서 꾸준히 둔화하고 있으나 주요국과 달리 농산물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각국의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 다른 것이 통화정책 기조 전환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 미국, 유로지역의 물가 둔화 흐름은 에너지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해 중반까지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최근 그 속도가 더뎌진 가운데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의 동인과 경기 흐름에 따라 둔화 흐름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