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메타 등 빅테크들과 협력해 제품 잇따라 선 봬
8월 안경과 보청기 접목한 혁신 제품 출시 계획
‘레이밴’, ‘오클리’ 등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안경ㆍ선글라스 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가 테크 기업으로 변모해 주목된다고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조명했다. 안경을 패션의 경지로 끌어올린 데 이어 향후 안경에 기술을 입혀 어떻게 진화시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17년 에실로룩소티카의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된 데 이어 2020년에는 그룹 통합 CEO가 된 프란체스코 밀레리는 스마트 안경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을 회사 비전으로 삼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에실로룩소티카는 미국 빅테크 기업인 메타와 협력해 작년 9월 자사 브랜드 레이밴을 활용한 스마트 안경을 내놓았다. 2021년 출시한 버전보다 업그레이드해 선보인 이 신제품은 착용자가 보는 것을 캡처하고 전송할 수 있다. 배터리 수명도 더 길어졌으면 내장된 가상 비서가 요청을 들으면 응답도 한다.
구글과는 2010년대부터 파트너십을 통해 스마트 안경을 시도했다. 당시 투박한 인터페이스와 엉뚱한 디자인으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해 2015년에 단종됐지만 기술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밀레리 CEO는 특히 의료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안경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난청 환자를 위한 보청기 내장 안경을 8월에 출시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12억5000만 명의 난청 인구가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높은 가격과 낙인 효과 때문에 보청기 사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일반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에 가격도 훨씬 저렴한 제품을 개발해 냈다.
이 제품이 세계 최초는 아니다. 앞서 미국 보청기 회사 벨톤은 1956년에 ‘히어앤시(Hear-N-See)’ 라는 제품으로 이를 구현했다. 독일의 보청기 제조업체인 오디오폰도 진출했다. 하지만 안경과 보청기를 접목한 이들 제품은 대량 생산과 상업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에실로룩소티카가 8월 선보일 보청기와 안경을 결합한 제품은 혁신적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작년에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뉘앙스 히어링’을 인수하는 등 신규 기술이 적극 채용됐다. 2015년에 설립된 뉘앙스 히어링의 ‘어쿠스틱 빔포밍 기술’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소리를 포착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소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감지한다.
이를 파악함으로써 눈앞에 있는 화자의 목소리를 선별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다. 난청자들이 강의실이나 파티장 등 여러 사람이 모인 시끄러운 환경에서 특정 사람과 집중해 원활히 대화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또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선택적으로 소음을 제거하는 등 증폭의 정도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분별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난청자는 듣는 것뿐 아니라 말하는 목소리도 상대에게 잘 들리게끔 적정한 수준으로 조율할 수 있다.
이 제품은 2022년 별세한 룩소티카의 창업자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 회장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개발됐다. 사망 당시 87세였던 고 델 베키오 회장은 난청을 앓고 있었는데 보청기를 안경과 함께 착용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자주 토로했다.
한편 고 베키오 회장은 이탈리아 안경 장인으로 전 세계 유명 안경 브랜드 제조 시장을 휩쓸었던 ‘룩소티카’의 창업자다. 실용품이었던 안경을 패션의 경지로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60년 동안 룩소티카를 세계 최대의 안경과 선글라스 제조업체로 성장시켰다. 2018년에는 프랑스 렌즈 제조업체인 에실로와 합병했다. 이로써 이탈리아와 프랑스 다국적 기업이 된 에실로룩소티카의 현 기업가치는 900억 달러(약 120조 원)에 이르며, 직원은 20만 명이 넘는다.
레이밴부터 올리버 피플스까지 상징적인 안경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르마니, 샤넬, 베르사체 등 유럽 명품 브랜드들은 룩소티카에서 제조한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