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인기하락ㆍ확률형아이템 규제…지난해 국내 게임사들 실적 쇼크
글로벌 게임업계가 인건비 전쟁에 나섰다. 코로나 19 특수로 호황을 누렸던 게임업계는 연봉 인상 릴레이, 신작 부진 등 엔데믹 여파를 감당하지 못하자, 인력을 감축해 비용 절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게임업계는 주류였던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의 피로 현상, 인앱 결제로 인한 수수료 부담,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 위기가 켜켜이 쌓여 아예 자회사를 정리하는 대형 게임사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복수의 일본 언론에 따르면 소니그룹 산하 게임 사업회사인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는 전날 직원의 8%인 900여 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물론, 미주, 유럽, 아시아 태평양 지역 등 전 세계 사업장 직원이 대상이다. 회사의 핵심 자회사인 플레이스테이션(PS) 스튜디오의 주요국 스튜디오도 포함된다. 이는 주력 상품인 PS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단행한 결정이다.
앞서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 액티비전블리자드, 베데스다, 엑스박스 등 게임 부문 인력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약 2만2000여 명에 달하는 게임 인력 중 1900명을 정리해고 했다. MS 게임 부문 수장인 필 스펜서 최고경영자(CEO)는 내부 공유 이메일에서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를 갖춘 전략과 실행 계획을 조율해 가는 데에 전념하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의 일부로 직원 2만 2000명 중 약 1900명 규모의 인원 감축이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세계적인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개발·운영사 라이엇게임즈도 글로벌 차원에서 전체 임직원의 11%에 달하는 인력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유니티테크놀로지(유니티)도 전체 인력의 약 25%에 달하는 1800명을 감축했다. 핵심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및 재집중을 통해 수익성 있는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국내 게임 업계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엔씨소프트는 골프 인기 게임 ‘팡야’를 출시했던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법인을 정리하고, 70여 명의 전원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넷마블에프앤씨는 적자 상태인 자회사 메타버스월드 법인을 종료하기 위해 전 직원 70여 명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실시했다. 컴투스는 최근 일부 개발자를 대상으로 두자릿 수 규모의 권고사직을 단행했다. 데브시스터즈는 게임 ‘브릭시티’ 개발 인원들을 감축했다.
더욱이 국내 게임사들은 △주류였던 경쟁형 역할수행게임(RPG)에 대한 게이머들의 비선호 현상 △구글·애플의 인앱 결제로 인한 수수료 부담과 아이템 상승 및 매출 하락 △확률형 아이템 규제 압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앱 마켓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한국 iOS·안드로이드 앱 마켓에서 이용자 간 전투(PvP)를 강조한 경쟁형 RPG 매출은 올해 1월 16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줄었고, 전략·턴제 RPG는 400억 원으로 30.7%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중소형 게임사뿐만 아니라 대형 게임사들에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게임업계가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 게임사들은 이미 허리띠 졸라 메기를 하고 있고, 앞으로는 게임 개발 인력들까지 감축이 이뤄질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