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시즌…경영권 둘러싼 표 싸움 예고

입력 2024-03-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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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동업’ 고려아연·영풍, 장외 여론전 격화
박철완 전 금호화학석유 상무, 3번째 조카의 난 예고

▲2023년 열린 OCI의 정기 주주총회. 기사 내용과 관계 없는 사진. (이투데이DB)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일부 기업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치열한 표 싸움이 예고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상장사들은 내달 중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다음 달 19일 열리는 주총을 앞두고 장외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신주인수권 제3자 배정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에만 허용하는 기존 정관을 변경해 국내 법인에도 유상증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결산 배당금은 주당 5000원으로 책정했다.

고려아연의 단일 최대주주 영풍은 최근 고려아연이 상정한 주총 안건이 “주주 권리를 침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고려아연도 “이미 주주환원율이 76.3%로 높은 수준”이라며 “영풍 경영진이 ‘독립경영 체제’라는 동업자 간 불문율을 깨뜨리고 경영에 간섭하는 등 신의를 져버렸다”고 맞섰다.

최근 영풍 측이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가 고려아연 사명이 표기된 명함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풍은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25.28%를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을 모두 포함하면 32.09%까지 늘어난다. 반면 최윤범 회장 일가의 지분은 현대차그룹, 한화, LG화학 등 우호 지분을 포함해도 30% 초반 수준에 불과해 표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는 고려아연을, 행동주의펀드 KCGI는 영풍의 편을 들면서 약 8%의 지분을 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철완 전 상무가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경영권 분쟁에 불씨를 지폈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로, 2021년과 2022년에도 주주제안에 나선 바 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금호석유화학이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미소각 자사주와 이러한 자사주가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 또한 독립성이 결여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사회 구성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그룹과 OCI그룹이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315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하는 데 대해서도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당했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9.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차파트너스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10.88%까지 늘어난다. 다만 박찬구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지분이 15.89%에 달하는 만큼 주주제안 통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한 한미약품그룹도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주총에서의 표 싸움이 예고된 상태다.

한미약품그룹의 장·차남인 임종윤 형제는 지난달 법원에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데 이어 정기 주총에서 임종훈 사장 등 6명의 이사를 추천하는 의안을 상정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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