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끓이는 것만으로도 나노·미세 플라스틱을 최대 90%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광저우 의대·지난대 등 공동 연구팀은 28일(현지시각) ‘환경 과학 및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물을 끓여서 여과하면 전 세계 14개국 159개 수돗물 샘플 중 129개에서 발견되는 나노·미세플라스틱 입자를 최대 90%까지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5㎜인 플라스틱 입자이며 나노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의 1/1000 크기이다. 나노·미세플라스틱은 물과 공기·토양·음식 등 우리 주변에서 검출되고 있다.
앞서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지난달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1L 생수에서 약 24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나노·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중국 연구팀은 건강을 위해 물을 끓여 마시는 일부 아시아 국가의 전통에서 착안해 이 방법이 수돗물 속의 나노·미세플라스틱 제거에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실험을 진행했다. 수돗물에 나노·미세 플라스틱을 섞어 5분간 끓이고 식힌 뒤에 나노·미세 플라스틱 양이 어떻게 변했는지 측정했다.
실험 결과, 끓이기 전보다 나노·미세플라스틱 입자가 25%에서 최대 90%까지 제거되는 효과를 보였다.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는 경수를 끓이면 탄산칼슘 등 성분이 뭉치면서 하얀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실험 결과 수온이 올라가면 탄산칼슘이 나노·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둘러싸면서 결정구조를 만들어 응집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탄산칼슘 함량이 높은 경수를 끓이면 나노·미세플라스틱을 80% 이상 제거할 수 있다”며 “간단한 끓는 물 전략은 물을 통한 나노·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섭취를 무해하게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보리차처럼 물을 끓여서 마시는 비율은 이전보다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에는 정수기를 쓰거나 생수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환경부의 2021년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절반(49.4%) 가까이는 ‘수돗물에 정수기를 설치해서 먹는다’(중복 응답)고 답했다. ‘수돗물을 그대로 먹거나 끓여서’라고 답한 비율은 36%였다. ‘먹는 샘물(생수)을 구매해서“ 마신다는 비율은 32.9%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수질과 물 소비 습관을 바탕으로 성인과 어린이의 나노·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을 추정한 결과, 끓인 물을 통한 섭취량은 수돗물을 통한 섭취량보다 2~5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끓인 물을 마시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나노·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기 위한 실행 가능한 장기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