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8대에서 160대 항공기 보유한 항공사로
국제선 39개국 101개 도시로 하늘길 넓혀
올해 아시아나 인수…세계 10위 항공사 도약
대한항공이 3월 1일로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항공기 8대를 보유한 아시아의 작은 항공사로 출발한 대한항공은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하고 글로벌 10위권의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대한항공은 1969년 2월 27일 조중훈 창업주가 공기업이었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부채만 27억 원에 달하는 부실기업이었다. 그러나 조 창업주는 “국익과 공익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소명”이라며 과감히 인수를 추진했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간곡한 권유도 인수의 계기가 됐다.
같은 해 3월 1일 주식회사 대한항공이 탄생하면서 대한민국의 민항 시대가 열렸다. 출범 당시 구형 프로펠러기 7대와 제트기 1대 등 기체 8대만을 보유했던 대한항공은 55년 만인 올해 3월 현재 여객기 137대, 화물기 23대 등 총 160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대형 항공사로 거듭났다.
조 창업주는 ‘수송으로 조국에 보답한다’는 ‘수송보국(輸送報國)’ 이념을 기반으로 성장을 일궈냈다. 인수 직후 베트남 사이공 취항을 시작으로 1971년 4월 우리나라 최초의 태평양 횡단 노선인 서울~로스앤젤레스 화물 노선을 개척했다. 이어 호놀룰루, 로스앤젤레스, 뉴욕, 취리히, 파리 노선을 잇달아 취항하며 하늘길을 넓혔다. 대한항공은 현재 국제선 39개국 101개 도시 노선에 항공기를 보내고 있다.
조 창업주의 뒤를 이어 경영권을 넘겨받은 조양호 회장은 오대양 육대주를 아우르는 노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20년간 핵심 역할을 맡았다. 1996년부터 IATA의 최고 정책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을 맡았고 2014년부터는 집행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조 회장은 세계적인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 설립도 주도했다. 2000년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 항공사로 출범한 스카이팀은 현재 19개 회원사가 187개국 취항지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항공 동맹체가 됐다.
조 회장의 뒤를 이어 2017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조원태 회장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마무리하고 메가캐리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매출 20조 원, 항공기 200대 이상의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거듭난다.
두 항공사의 결합은 이제 한 걸음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13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얻었다.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던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게 되면서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13개국에서 승인을 완료했다. 남은 건 미국 경쟁당국만의 승인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미국의 승인을 받아 연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연내 화물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은 EU 경쟁당국의 승인 조건이었다. 이후 2년가량 통합 과정을 거쳐 완전히 한 회사로 합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립으로 형성된 양대 국적 항공사 체제가 36년 만에 막을 내린다. 대한항공은 세계 10위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로 발돋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