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에서는 불법건축물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이행강제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는 정반대 주장을 냈다. 왜였을까. 여러 개정안 중 한 의원이 낸 의안을 보면, 개정 제안 배경으로 전세사기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일부는 셀프 경매를 통해 집을 낙찰받고 있는데 이들 중 불법건축물 인줄 모르고 낙찰받을 경우 평생 이행강제금을 내는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행강제금을 완화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전문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단서 조항으로 불법건축물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내용을 담으면 된다"고 지적한다.
사실 이행강제금 문제에 가장 예민한 건 불법건축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들이다. 불법건축물을 지어 팔거나, 불법건축물을 소유하면서 임대수익을 얻는 사람들은 이행강제금을 내더라도 기대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불법 상태를 유지한다. 이행강제금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사람들에게 높은 이행강제금을 물려 불법을 시정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전세사기 문제를 끼워넣어 버리면 오히려 이들은 전세사기 지원 정책에서 사각지대에 놓이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들에게 불법건축물은 존재 자체로 주거 선택을 제한하는 악의 축이다. 불법건축물 밀집지역 근처에 직장이 있거나 여러 이유로 특정 지역을 떠날 수 없어 불법건축물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겐 '불법'을 떠나 그곳이 유일한 '삶의 터전'일 뿐이다.
누굴 위한 법인가. 명분과 결과 사이에 균열이 보인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누군가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도구로 삼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이 9개월 지났지만 1만3000명 피해자 중 구제를 받은 이들은 200명 남짓이다. 1만2800명은 오늘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입법의 우선순위를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