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제시 '모범 관행'에 선제 대응…주총 전 '로드맵' 제출
국내 금융지주들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30% 안팎으로 높이고, 전체 사외이사 수를 늘려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NH농협) 사외이사 37명 중 27명의 임기가 이달로 만료된다. 금융지주들은 이 중 연임 한도 5~6년을 채웠거나 스스로 사임하는 일부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여성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미 사외이사 7명 중 3명(42.9%)이 여성이다. 이번에 임기가 끝난 김경호 사외이사 후임으로는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추천했다. 이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했으며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에서 자문역할을 수행하는 등 금융산업에 대한 리스크관리 및 발전적 방향 제시에 힘을 써 왔다.
신한금융의 경우 이번 주 초 주총 안건을 공시하면서 사외이사 추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외이사 수를 9명으로 유지하되 여성 이사를 2명에서 3명으로 증원해 여성 비율을 22.2%에서 33.3%로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사외이사 중에는 성재호 이사가 9년을 채워 더 이상 연임이 어렵다. 이윤재 이사는 연임이 가능하지만, 주변에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가 8명에서 9명으로, 그중 여성이 1명에서 2명으로 각각 증가한다. 여성 비율은 12.5%에서 22.2%로 상승한다. 하나금융은 주영섭 전 관세청장, 이재술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여성), 이재민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를 6명에서 7명으로 늘린다. 이중 여성은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 여성 비율은 28.6%로 높아진다. 이은주 서울대 교수와 박선영 동국대 교수 등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NH농협금융은 기존 사외이사 7명 중 2명(28.6%)이 여성이며, 이번 주총에서는 구성원 변동 없이 사외이사 수와 여성 비중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거나 전체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것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을 통해 각 사에 권고하는 30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했다. 모범 관행에는 이사회 구성 다변화 외에도 이사회 지원 체계 구축,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승계 계획 마련,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각 금융지주와 은행은 주총 직전인 이달 중순께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 따른 이행 계획(로드맵)을 수립해 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당국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의 여성 이사 비중이 30~50%대에 달하고, 이사 수도 두 자릿수가 일반적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다만, 여성 비중을 일괄적으로 맞추도록 공개 권고하지는 않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선진화에 나서면서 사외이사 교체, 이사회 개편 등을 주문하고 있는데, 금융지주들도 발맞춰 여성 사외이사를 늘리는 등 건전한 지배구조, 의사결정 합리성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