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투자리서치센터는 1990년 이후 다섯 번의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을 분석한 결과, 금리 인하 속도에 따라 자산별 수익률에서 급격한 차이가 발생했다고 4일 밝혔다.
삼성운용 투자리서치센터는 이날 발표한 ‘금리 인하 사이클과 자산시장’ 자료에서 금리 인하 전후 금융시장 흐름을 결정한 핵심 변수는 금리 인하 속도라고 분석했다.
센터에 따르면 미국이 금리 인하를 25bp 인하로 완만하게 시작할 경우, 주식과 채권이 동반 강세를 보일 수 있다. 25bp씩 완만한 인하가 이뤄진 1995년과 2019년 하반기의 경우 미국 주식 중심의 주가 강세와 채권가격 강세(금리 하락)가 동시에 나타났다.
경기 흐름이 안정적으로 소프트랜딩(점진적 하강) 하는 가운데 경기 하강에 따른 만약의 위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보험적 성격의 완만한 금리 인하를 진행해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금리 인하 속도가 50bp 이상으로 급격히 높아지면 시장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조정으로 해석해 주식과 채권은 뚜렷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1990년, 2001년, 2007년, 2020년의 경우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 인하 폭과 속도가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진행된 바 있다. 이에 주식은 경기침체 우려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지만, 채권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대되며 높은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
센터는 올해 미국 연준이 6월 첫 번째 인하를 시작하고 분기당 25bp씩 완만한 인하 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경제가 침체와는 거리가 먼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데다, 4~5월경 연준이 참조하는 근원소비자지출물가(PCE)가 2% 초중반 대에 진입해 6월 보험적 인하를 단행할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1990년 이후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첫 인하 전 3개월 동안에는 주식보다 채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금리 인하 전부터 인하 기대가 채권시장에 우선 반영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주식시장은 첫 인하 전까지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다만 주식은 첫 인하 전에도 미국 경기 흐름에 연동된 인하 속도 전망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하는 특징을 보였다. 미국경기가 양호해 완만한 인하가 예상될 때는 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났다. 반면 미국 경기가 둔화하며 인하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면 신흥국 주식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의 양호한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첫 인하 전까지 미국·한국 장기국채와 미국 대형주식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오승훈 삼성운용 투자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주목할 것은 인하 속도”라며 “완만한 인하를 가정한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인하 속도가 변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