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예산의 94% 금융사 기부금…지난해 말까지 440여억 원
금융당국 예상 금액보다 200억 원가량↓…금융사 기부 저조
3월 말 대출 만기 후 회수금 사용하겠다지만 연체율 상승세
금융위 "사업 지속성 불투명…재원 마련 방안 내부 논의 중"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 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올해 공급 재원 중 94%가 금융회사 기부금이고 나머지 6%는 대출회수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소액생계비대출 운영에 정부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서다. 금융사들의 기부가 예상보다 저조한 데다 연체율도 높아 재원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소액생계비대출 재원으로 마련된 금융권 기부금은 지난해 말까지 총 9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서민금융진흥원 2024회계연도 예산 승인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금융위 회의에서 의결된 소액생계비대출 재원은 올해 총 1000억 원이다. 은행권이 지난해 약속한 기부금 500억 원,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결정한 국민행복기금 초과회수금 440억 원, 초과회수금 추가 기부 및 소액생계비대출회수금 약 60억 원 등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20%,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사람에게 최대 100만 원까지 1년 만기로 대출을 내주는 사업이다. 대부업뿐만 아니라 기존 정책서민금융지원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소액을 신속히 빌려줘 불법 사채 대신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최초 금리가 연 15.9%로 높지만,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3주 만에 1만5739명이 50만~100만 원의 급전을 빌리는 등 수요가 몰렸다.
금융당국은 추가 재원 확보 방안으로 금융권의 ‘국민행복기금 초과회수금’ 기부안을 발표했다. 국민행복기금이 금융사로부터 매입한 부실채권의 회수금액에서 채권매입대금과 관리 비용을 차감한 금액으로, 금융사에 배분돼야 하는 금액을 서금원에 기부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은행 13곳, 보험사 5곳 등 총 121개 금융사가 263억 원 기부를 결정했다.
문제는 금융사들의 기부 결정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 초과회수금 기부를 내부 검토 중인 금융사들이 기부 의향을 확정할 경우, 약 377억 원의 추가 기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까지 이뤄진 추가 기부금은 약 177억 원에 그쳤다. 총 확보금액은 440억 원으로 지난해 금융위가 전체 기부금액으로 예상한 640억 원보다 약 200억 원 줄었다. 또, 이마저도 기부 '예상' 금액으로 아직 최종 기부가 확정된 금액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금융사가 기부 의사를 추가로 밝히고, 여기에 3월 말 만기 이후 추가되는 소액생계비대출 회수금을 더하면 총 1000억 원가량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공급할 재원은 확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소액생계비대출은 13만2000명에게 총 915억 원 규모로 공급됐다.
금융위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지속성은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올해 대출 공급 계획으로 1000억 원이 배정됐지만, 전액이 금융사 기부금, 대출 만기 회수금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소액생계비대출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금융위가 기획재정부에 올해 소액생계비대출 예산을 1500억 원 규모로 신청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은행권에서도 지난해 결정한 ‘3년간 1500억 원’ 출연 이외에 추가적인 지원계획은 없어 사실상 500억 원 재원도 내년까지만 확보된 상황이다.
연체율도 높아 대출회수금 역시 안정적인 재원으로 보기 어렵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금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8%, 10월 말 9.2%, 11월 말 10.5%로 상승세를 보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애초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이 불법사금융으로 떠밀리는 취약계층을 최소화하고자 출시됐기에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며 “최대한 더 지속적으로 대출지원금을 공급할 수 있게 (연체율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소액생계비대출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5월 기획재정부 예산 제출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사업 운영 기간, 재원 마련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서금원 관계자는 “애초 취약계층을 한시 지원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았다”며 “단순히 대출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복합상담을 통해 취업, 복지 등을 연계하는 것에 의미가 있어 지속적인 사업으로 운영하려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