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은 6.3%(38개교) 참여
5일 오후 2시쯤 서울 마포구 아현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학교와 연계한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운동장에는 각각 주황색, 초록색 조끼를 입은 아이들 9명이 모여 있었다. 축구교실 강사가 신호를 보내자 아이들 두 명이 반대편 꼬깔을 향해 튀어나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아현초를 직접 찾아 늘봄학교 현장 점검에 나섰다.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전국 17개 시도 2741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본격 시작됐지만, 서울 지역은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늘봄학교는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은 1학기 늘봄학교 참여 희망을 밝힌 학교가 38개교(6.3%)에 불과해 전국에서 참여율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학기 중 총 150개교까지 늘봄학교 참여 대상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현초는 전체 초1 학생 103명 중 참여 의사를 밝힌 58명(56.3%)을 대상으로 늘봄학교 프로그램인 ‘초1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를 위해 기간제교사 1명과 행정인력 1명 등을 채용했다.
심영면 아현초 교장은 “2월 초부터 검토해서 기간제 교원을 채용했다”면서 “급하게 추진한 경향이 있어서 마땅히 방안이 없었는데, 마침 지역청에서 신청 학교를 중심으로 기간제교사를 채용해 줄 의사가 있다고 해 중등 음악교사 자격증을 가지신 분을 모셨다”고 설명했다.
아현초의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오후 1시부터 2시 50분까지 매일 2개씩 운영한다. 이 날은 다른 나라 노래 등을 배우는 ‘세상의 모든 리듬’과 ‘축구교실’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세상의 모든 리듬’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에서는 파란색 매트가 깔린 교실에 아이들 15명이 동그랗게 둘러 앉아 강사 A 씨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했다. A 씨가 “오늘은 아프리카에서 하는 아침 인사를 배워 볼거예요. 따라해볼까요”라고 하자 아이들은 일제히 A 씨의 말을 따라하며 재미있다는듯 꺄르륵거렸다.
이날 조 교육감은 “최근 서울이 늘봄학교 참여에 미온적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해 온 돌봄 정책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해 생기는 오해”라면서 “그동안 ‘아침돌봄, 오후돌봄, 저녁돌봄,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 맞춤형 돌봄 프로그램’으로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빈틈없는 돌봄을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늘봄학교 정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내 늘봄교실을 운영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조 교육감은 “가장 중요한 게 공간 문제다. 기존에 돌봄교실을 확대하면서 여유 공간이 없는 상태”라면서 “학생 수가 지난 2~3년간 급감하면서 여유 공간이 생긴 부분이 있으니 다음에 늘봄교실로 다시 만들고 겸용교실을 수업하고 돌봄에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40억 원 투자를 통해 ‘꿈담교실’ 수준의 쾌적한 교실 환경 개선을 해서 선생님들이 본인의 일반 수업 교실을 겸용 교실로 내놓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심 교장 또한 “서울에서 유휴교실을 갖고 있는 학교가 매우 적어서 (늘봄학교) 신청이 저조한 것”이라면서 “우리 학교는 그나마 소위 말하는 특별교실이라고 부르는 AI교실, 음악교실, 간이체육실 이런 곳들 활용해서 프로그램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돌봄 기능이 너무 강조되고 학교에서 너무 다 해줘야 한다는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동의 없이 (돌봄이) 학교로 오는것도 좀 부담이라는 입장”이라면서 “학교도 교육과 함께 돌봄도 일부 담당해야한다는 건 사실이니까, 정부와 사회도 그런 것에 대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